리튬값, 4년 5개월만에 60위안선 무너져…K배터리 ‘위기’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04일, 오전 06:00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리튬 가격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향 안정화한 줄 알았던 리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광물 가격과 연동해 제품을 판매하는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역(逆)래깅 효과’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kg당 58.9위안을 기록 중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달 28일 59.5위안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탄산리튬 가격이 kg당 60위안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월 18일(58.5위안) 이후 4년 5개월여 만이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4월까지 kg당 70위안대 수준을 유지하며 바닥론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최근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이차전지(배터리) 업체들의 재고 소진 영향으로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하이니켈 양극재.(사진=에코프로비엠)
◇니켈 재고 급증…수산화니켈 가격도 하락

니켈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톤(t)당 1만5150달러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 30일 1만9770달러 대비 2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런던금속거래소(LEM) 니켈 재고량은 8만3634t에서 19만9380t으로 2배 넘게 치솟았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주력 품목인 고급 전기차 배터리(삼원계) 양극재용 수산화리튬 가격도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탄산리튬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LEM에 따르면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t당 8300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 시 탄산리튬과 t당 약 4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올해 들어 메탈 가격 등 국제 원재료 시세가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다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메탈 가격에 연동한 판가를 토대로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대체로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 변동분을 제품 판가에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높을 때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원료 투입 시차)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동 연기·유상증자…기업들 ‘버티기’ 돌입

이에 업체들의 흑자 전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체들은 하반기 이후 주요 완성차(OEM) 업체들의 신차 출시 효과가 나타나면서 전기차 캐즘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혹독한 경영 환경 속 버티기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 완화 후 살아남는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대규모 투자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스코퓨처엠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캐나다 양극재 합작 공장,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 제조 능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헝가리 양극재 공장 상업생산 시점을 올해 4분기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헝가리 공장은 총 3개 라인, 연산 5만4000t 규모로 현재 시운전을 준비 중이다. 내년 1분기부터 1개 라인을 시작으로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공장 준공으로 유럽 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엘앤에프(066970)는 중국이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엘앤에프는 최근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와 LFP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양극재는 글로벌 중저가형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납품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물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환헷지(환율 위험 변동 방지)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완성차 신차 출시로 전기차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캐즘도 점차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