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30대의 연애가 어찌 같을까'…너무 솔직한 그녀들[툰터뷰]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전 12:52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창 밖을 내다본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풋풋한 여학생이 휴대전화와 주변을 번갈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누군가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고 애타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다. 달려온 남학생의 점퍼 뒷모습에는 대학과 학과명이 새겨져 있다. ‘아, 20대였군. 나도 저렇게 풋풋하던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푸르렀던 대학 시절, 20대의 우리가 만났던 연애 상대는 그저 느낌이 가장 중요했다. 상대방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느 곳에 살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고 무엇을 먹든 마냥 좋았다. 시험 기간 함께 공부하자며 찾았던 도서관에서는 공부보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집중하고 공부보다 수다 떠는 시간이 더 많아도 그저 좋았다. 그게 20대의 연애였다.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30대 초반의 연애를 그린 ‘서른하나 고.독.사 그녀들’은 제목과 달리 결혼 상대를 찾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태영은 처음 만났을 때의 멋진 모습과는 달리 통통해진 외모에 중소기업에 만족하는 남자친구를 주변과 비교하게 되고, 헤어지자마자 대기업에 다니는 멋진 외모의 동아리 후배와 사귀게 된다. 하지만 태영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와 헤어져 놓고 정작 본인은 새 남자친구가 요구하는 자기계발 수준에 맞추지 못해 허덕인다. 아, 이 남자도 아닌 건가.

작품에서는 의사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꾸는 간호사 사랑과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웹툰 작가 이나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실제 30대 초반인 작가는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갖는 욕망, 때론 ‘속물’이라고 불릴 만한 것까지도 실감 나게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현실은 늘 판타지 같지 않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빵시헌 작가는 발랄하고 솔직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른하나 고.독.사 그녀들은 초반부터 너무 현실적인 스토리라는 독자들의 평을 들었는데요,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주변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유튜브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 들려주는 채널도 참고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인스타툰도 좀 봤고요. 제가 30대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30대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엄청나게 특출난 직업이나 고연봉자 등의 스펙을 갖추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로 캐릭터를 잡았어요.

-웹툰 주인공 태영이가 연재 초반 빠른 환승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빠른 전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처음 계획보다 전개가 느려지더라고요. 이것저것 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요. 본래 카카오웹툰 담당자들이 60화 정도 이야기했었고, 저는 70화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80화를 넘을 것 같아요.

-주인공 태영에게 남자를 너무 밝힌다는 댓글이 적지 않던데요.

△사실 태영이 같은 캐릭터는 많은 남자들을 만나야 스토리 전개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웃음). 그게 아니라면 남자 캐릭터랑 애매하게 연결되다 끝나버리기 일쑤죠. 마지막에 태영이도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될 거에요.

-해외여행에서의 에피소드도 상당히 현실감 있었던 것 같아요. 낯선 곳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들의 허영심 같은 것을 잘 건드린 것 같습니다.

△바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다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에피소드는 사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웹툰과 달리 어머니와 둘이 방콕에 여행을 갔다가 직장 동료라는 싱가포르인 두 명과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됐었거든요. 그때 소매치기를 당했고, 그들이 지하철비를 내주기도 했어요. 어머니와 있었기 때문에 웹툰과 달리 다른 일이 있지는 않았고요, 당시 경험을 로맨틱하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태영의 직장생활 마음가짐도 정말 30대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 많아요. 직장생활을 해보셨나요.

△인턴사원으로 세 군데 정도 일해본 적이 있어요. 학교에서 연결해준 회사에서 일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야근도 많았고 제대로 일해보긴 했습니다(웃음). 그러면서 직장 생활을 알게 됐고, 태영의 회사도 당시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나이 들면서 직장생활에서 나타난 변화는 친구들에게서 수집한 내용이고요.

-주인공이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장면은 ‘서울’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본인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도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홍콩, 방콕 같은 반짝이는 야경을 볼 수 있는 도시들을 좋아해서 태영에게 투영했어요.

서울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에 있는 대학을 오면서부터예요. 제 고향은 지방인데, 대학시절 서울을 자주 오가면서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람도 많고 다양하고, 뭐든 많이 있잖아요. 기회도 많고 접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대학 졸업 후에 서울에서 5년 동안 살았는데 그땐 강박증처럼 이곳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 만큼 심하진 않아요.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서울의 6평 원룸에서 살았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아서 넓은 방을 알아보다 지방으로 왔거든요.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옵니다.

-20대와 30대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마음가짐이요.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바뀐 것 같은데요, 20대 때는 사람이 그냥 좋고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30대 되니까 그럴 필요 없이 내가 잘나면 알아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간 관계에 덜 연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태영의 친구 중 ‘이나’는 혼자가 편하기에 연애를 딱히 하고싶어 하지 않는 캐릭터인데요, 실제로 주변에 많은가요.

△네. 제 전공이 예술계라 더 그럴 수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상대방을 잘 챙겨주지 못하는 여자도 많고, 여자끼리 있어도 친구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주고 배려해주는 게 힘든 분들은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본인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그냥 반반이에요.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꼭 결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저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이 웹툰을 그리게 된 이유는 30대 되면서 느끼는 것들, 인간관계의 갈망, 사회적 위치, 인기같은 욕망들을 담고자 했는데요, 그 와중에 다들 고독함을 느끼고 있거든요. 가끔은 ‘나만 이렇게 외로운 건가’를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그렸어요. 현실은 늘 판타지같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