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외화만 샌다…오픈카지노 공론화해야"

경제

뉴스1,

2025년 6월 09일, 오전 10:30

김대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서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금도 '게임'(카지노) 수요로 인한 외화 유출이 연간 3조 원이 넘습니다. 이대로면 5조 원도 훌쩍 넘어가요. 불법 도박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고요.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죠. 누군가는 시작해야 합니다." 카지노 산업의 역할과 인식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국가는 카지노를 관광진흥업의 하나로 허가해 운영하고 있지만, 사회 인식은 '도박 산업'에 머문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는 산업의 전략화마저 가로막고 있다.


김대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쯤이면 오픈카지노(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진지하게 공론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화 유출 차단, 복합리조트 기능 회복,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현실 앞에서, 이제는 '도박'이 아닌 '관광'으로 산업을 재정의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도박 아닌 관광 산업…인식 전환 필요하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여전히 '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제는 관광산업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부회장은 "카지노는 사행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 외화를 유치하는 관광 인프라"라며 "문화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산업적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가 단순한 도박장이 아니라 "호텔, 쇼핑,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레저 요소를 결합한 복합 인프라"라며 "국가 예산 하나 들이지 않고 외국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 85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외국인 카지노 방문객은 2023년 150만 명에 달했다.

카지노 산업이 관광객 유치와 외화 획득에 기여하는 역할이 수치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김 부회장은 "예전처럼 카지노를 단순히 '도박의 공간'으로 보는 시선으론 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도박이 아닌, 관광 콘텐츠 중 하나로 인식하는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복합리조트, 외형은 갖췄지만 기능은 없다
김 부회장은 현재 국내 복합리조트(IR)들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 드림타워, 강원랜드 등 외관은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수준의 복합리조트를 띠고 있지만, 실제 기능은 따로 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으로 묶여 있고, 쇼핑몰이나 문화시설은 별도로 운영된다"며 "결국 하나의 도시 콘텐츠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복합리조트의 외관만 갖췄을 뿐, 복합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커레이션 리조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 부회장은 "산골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접근성이나 도시 연계성이 떨어진다"며 "외관은 갖췄지만, 카지노 외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복합리조트의 본질을 "관광객에게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카지노는 그중 하나일 뿐, 공연·레저·숙박·쇼핑 등이 하나로 융합돼야 진정한 복합리조트"고 설명했다.

김대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서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오픈카지노, 공론화해야 한다
"이제는 오픈카지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입니다."

김 부회장은 외화 유출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 한국인들의 해외카지노이용으로 연간 3조 원 이상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 10조 원 이상이 투입된 IR이 들어서고 태국·베트남도 잇따라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하는 만큼, 이대로면 유출 규모가 5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김 부회장은 모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개방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복합리조트, 그리고 관광 콘텐츠와 결합된 형태에 한해 단계적으로 오픈카지노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강원랜드의 공공성과 경험을 강조하며 "20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강원랜드가 오픈카지노를 운영하거나, 신규 복합리조트에 지분 참여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그냥 손 놓고 있으면 강원랜드는 해외 IR 등장으로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둘러싼 반대 여론에 대해선 "카지노 산업은 이미 예전과 다르고 지금쯤이면 인식 개선을 위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오히려 (합법적이고 국가의 관리를 받는 오픈카지노는) 불법도박으로 빠지는 부작용을 막고 세수 확보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내국인 출입이 제한된 몇 안 되는 국가다. 말레이시아조차 비무슬림에게는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베트남 푸꾸옥 등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오픈카지노를 실험 중이다.

김대현 한국카지노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은 말을 이으며 조심스레 속내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카지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여전히 강한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 출신'이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누군가는 산업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말을 꺼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평생 공직을 수행하며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어 "오픈카지노는 단순히 출입을 허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며 "공론화가 시작돼야 비로소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고, 그다음에야 정책도 책임 있게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