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발주 반토막…조선업 ‘피크아웃’ 우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 여파로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불안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화주(貨主) 수요가 감소하면서 선사들이 신규 선박 투자를 연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조선업 ‘피크아웃(정점 통과)’ 시점이 올해를 기점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사진=HD현대중공업)
◇中, 트럼프 선박 제재에 점유율 30%P ‘급락’

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CGT(표준선 환산톤수·771척)로 전월 460만CGT 대비 64%, 전년 동기 366만CGT 대비 55%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진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선박 발주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라 2050년까지 친환경 선박을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선주들이 선박 발주 결정을 미룬 영향으로도 해석된다.


지난달 한국은 25만CGT(8척)를 수주해 중국 64만CGT(42척)에 이어 수주량 2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각각 15%, 39%다. 한국 점유율은 전월 17% 대비 2%P(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국 점유율은 지난달 69%에서 30%P 크게 하락했다.

중국의 점유율 하락은 트럼프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0월부터 미국에 입항할 중국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은 중국 대비 점유율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전체 발주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크아웃 우려를 나타낸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 5일 노사 임금협상 본교섭에서 노조에 “수주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중국 추격에 대비해 친환경 엔진 등 신기술 개발로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경쟁력을 계속해서 선도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친환경’ 앞서나가는 韓…미래 시장 선도

올해 전 세계적인 선박 수주 감소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5월 전 세계 누계 수주는 1592만CGT(515척)로 전년 동기 2918만CGT(1242척) 대비 45% 감소했다. 이중 한국은 381만CGT(95척·24%), 중국은 786만CGT(274척·49%)를 수주했다.

선박 가격도 지난해 정점을 찍은 이후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전월(187.11) 대비 0.42P 떨어진 186.69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186.42)에 비해 0.14%, 5년 전인 2020년 5월(127.32)보다는 47% 상승한 수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치 넘는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선박 발주량이 감소해도 2030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불황에 대비해 중국 대비 기술력을 갖춘 친환경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3일부터 6일(현지시간)까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 ‘노르쉬핑 2025’에 참가해 친환경 기술력을 과시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조선 탈탄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선급(KR) 등과 친환경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R과는 15만CBM(큐빅미터)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연료로 미래 선박 기술을 주도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