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월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통상 역할이 부각하며 일각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 기후에너지부를 설립하는 안 외 통상 기능을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처럼 산업부와 통상부를 나누자는 의미다.
현재 산업부 소속 기관인 통상교섭본부는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올 초 발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 여파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진 자유무역 체제라는 기본 틀 안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협상을 통해 수출과 외국인투자를 확대했다면, 최근 미국 상호관세 등 상대국 무역조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 등 국가 안보적 측면으로 그 역할이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턴 탄핵 정국에 따른 대통령실 공백 속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통상조직 재편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논의돼 온 오랜 이슈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출범과 함께 이전까지 외무부(현 외교부)에 있던 통상 기능을 통상산업부로 옮겼으나,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이를 외교통상부로 옮기며 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15년간 유지됐다. 그러나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다시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했고 문재인·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13년간 현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땐 외교부와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새 정부 초기엔 이를 추진하기 어려우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외에 산업부 통상 기능까지 손을 댄다면 정부조직 개편 폭이 너무 커져 국정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미국도 상무부와 USTR 간 연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굳이 산업·통상을 분리하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판단이다. 더욱이 7월 타결을 목표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촉박하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상조직 개편을 병행하는 건 협상 실무자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현 산업통상부 체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실 내 통상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비서관이나 특별보좌관을 신설해 대미 협상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시절 이 대통령의 책사였던 김현종 외교안보보좌관이 이를 맡아 대미 협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경제안보 총괄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통상 부문은 산업과 연계해야 효과를 발휘하기 좋다”며 “최근 주요국 사례를 고려하더라도 산업과 통상이 한데 붙어 내부적으로 소통하는 현 체제 유지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