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조직 정비되면 목소리 낼 것"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11:3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내 도입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유관 기관들이 정비되는 대로 협의에 나설 것이라며 한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시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른 기관들 입장을 알아야 우리가 조율도 하고 규제의 방향도 잡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계속 우리 이야기만 하면 뭐하겠냐”며 “다른 기관의 의견이 나오려면 그 기관들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게 그때 같이 이야기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다음달 초에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컨퍼런스를 연기한 배경에 대해서도 “정부와도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고 찬성, 반대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종합적으로 볼 예정”이라며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이 다 연계된 이슈라 조직이 만들어진 다음에 각 기관이 견해를 가져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컨퍼런스를 준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이날 언급에 따르면 추후 컨퍼런스에는 관계 당국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은은 우선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활용성 및 보완점 등을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가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창립 기념사에서도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시화하면서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가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다른 가상 자산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사실상 화폐’의 기능을 하게 되는 만큼 통화당국인 한은이 도입 논의 단계부터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사실상 한은은 권한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총재는 한은에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 행가(行歌)의 첫 부분(‘국민의 믿음으로 쌓아온 역사’)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