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HMM.)
산은 측은 “정례적인 평가”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선 이를 민영화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실제 산은은 HMM 주가가 1000원 오를 때마다 BIS 비율이 0.09%포인트 하락해 재무 부담이 커진다. BIS 비율 하락은 대출 여력 감소와 증자 필요로 이어져 세금 투입 부담을 키운다. 문제는 민간 인수 후보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HMM 시가총액은 22조원을 넘었고, 정부 보유 지분만 18조원에 달한다. HD현대와 하림그룹 등이 거론되지만 각각 자금 조달 능력과 전략적 의지에 한계가 있다. 하팍로이드 등 외국계 선사도 있지만 정부는 수차례 해외 매각 불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HMM 본사 부산 이전도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HMM의 부산 이전은 해운 재건의 상징이자 해양수도로의 이행”이라며 이를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HMM 본사를 물류 중심지인 부산으로 이전해 ‘현장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HMM 지분 36.02%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관망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는 해진공이 실질적인 관리 주체이고 정부가 이전을 의결하라면 따를 것이다”며 “부산 이전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산은이 최대 주주인 건 맞지만 경영권엔 관여하지 않는다”며 “부산 이전은 해진공이 HMM과 직접 소통하고 있어 금융위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HMM 내부는 냉랭하다. 육상노조는 대선 직후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폭력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전 시 퇴사하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저연차 인력 중심의 서울 잔류 의지가 뚜렷해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 우려도 나온다.
HMM은 일부 기능을 부산 자회사를 통해 분산 운영 중이며 본사만 이전하고 서울사무소는 유지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해운업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영업 비중이 높아 주요 인력 이동 시 효율성 저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관상 본사 이전은 주주총회 결의 대상이므로,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시해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인수 후보 입장에선 정치적 조건이 붙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A에서 가장 꺼리는 건 비재무적 부담이다”며 “매각가보다 정책 조건이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과 민영화 재개는 결국 해수부 장관 인선과 정부의 해양 정책 방향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해수부는 해진공의 상급기관이자 ‘해양수도 부산’ 구상의 주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HMM 이전이 다시 지역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