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부고발' 잇따른 진에어, 국토부 특별 점검 받았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2일, 오후 07:0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진에어(272450)의 내부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계 당국인 국토교통부가 특별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기장부터 운항관리사까지 인력부족과 과로를 호소하자 내부 운항 여건·법적 근무 시간 초과 여부 등을 집중점검하고 개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진에어 B737-800. (사진=진에어)
◇법령 위반 사항은 없지만 빡빡한 운항 스케줄

2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일 오전 국토부 관계자들은 서울 강서구 진에어 본사에 직접 방문해 법령 위반 여부 등 특별 점검 결과를 브리핑했다.

국토부의 점검 결과 객실승무원 법적 근무 시간 초과 등 법령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아 행정처분은 피했다. 다만 조종사·정비사 등의 지적대로 운영 인력이 다소 부족해 운항 스케줄이 빡빡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토부는 진에어 측에 개선 대책 마련과 이행을 당부했고, 향후 이행 상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토부 점검과 별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진에어에 대한 불만 표출이 잇따르면서 모기업인 대한항공도 자체 감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항공운송사업자의 피로 관리는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운항승무원의 연속 24시간 최대 승무시간, 최대 비행근무 시간은 기장 1명, 기장 1명·부기장1명의 경우 8시간, 13시간으로 정해져있다. 28일 연속으로는 100시간 이내, 연간은 1000시간 이내로 제한돼 있다. 운항승무원의 최소 휴식시간 기준도 8시간까지 일 했을 경우 8시간 이상, 8시간 초과~9시간까지 9시간 이상 등으로 정해져 있다. 국제선 장거리 운항 이후에는 더 긴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진에어 내부고발 통해 터져 나온 인력부족 호소

국토부의 특별 점검은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진 진에어에 대한 내부고발로부터 시작됐다. 에어서울·에어부산과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을 준비 중인 진에어 내부에서 빡빡한 운항 스케줄과 부족한 인력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현직 기장과 사무장에 이어 정비사, 운항관리사까지 회사의 인력 및 안전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운항관리사 A씨는 “피로 누적과 인력 부족 문제는 조종사만의 상황이 아니다. 운항관리사는 항공법상 조종사·정비사·관제사와 함께 항공종사자로 분류되며, 항공편의 비행계획 수립, 기상 분석, 항공기 추적, 정시율 조정 등 항공기 운항 전반을 지상에서 통제하는 핵심적인 직군”이라며 “하지만 진에어 운항통제실에서는 현재 21명의 운항관리사가 하루 약 200편의 항공편과 30여 대의 항공기를 감당하고 있으며, 이는 유사 규모 항공사보다 최소 1.5배 이상 부족한 인력”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현직 진에어 정비사라고 소개한 B씨 역시 앞서 인력난을 토로한 바 있다. B씨는 “기장님과 사무장님의 글로 회사가 시끄러워진 가운데 정비사도 용기를 내겠다”면서 “현재 진에어 정비사들은 최선을 다해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지만 △지방·해외 공항 주재 정비사의 주 6일 근무 △착륙 시간이 겹치는 항공기 동시 점검 △해외 출장 후 다음 날 근무 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해 언제 정신을 놓고 일할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주일 전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한 기장 C씨는 “국토교통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항공기 한 대를 ‘안정적으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기장 8명·부기장 8명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진에어에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31대로 기장과 부기장이 각각 240명 이상 필요함에도 기성(특정 항공사에 소속된 경험이 풍부한) 기장은 240명, 기성 부기장은 185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무일까지 타 항공사에 비해 적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진에어 측은 국토부의 조종사 권고 인원은 비행기 1대당 기장 6명·부기장 6명으로 사실과 다르고 정비와 운항관리에 대한 부분도 관련 규정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 권고 사항 및 관련 규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직결…법적 최소 기준 보강 필요성 있다”

문제는 비행기 1대당 조종사 수 기준이 10여 년 전인 2017년 만들어진 국토부의 권고안일 뿐이라는 점이다. 장거리 운항이나 중·단거리 운항 횟수가 많은 경우 조종사 인원수와 상관없이 운항승무원의 피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현직 조종사들은 항공안전법상 근무 시간 제한을 준수하더라도 현실에선 무리한 운항 스케줄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종사자 D씨는 “규정대로 1회 비행 최대 8시간을 초과한 뒤에는 9시간 혹은 10시간 정도 휴식해야 하는데, 가령 새벽 2시에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서 밤새 비행하고 한국에 도착하면 오전 7시다”라며 “법적으로 그날 오후 5시까지만 휴식을 주면 바로 또 비행 투입이 가능한 셈”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무리한 스케줄을 연달아 짜 놓아도 법적 문제가 없으며 이는 피로 누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항공기 운항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운영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세세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는 “근무 시간 및 휴식 등에 대한 최소 규정이 있더라도,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권장하고 여러 글로벌 항공사들이 도입한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 같은 보조 장치를 법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