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30.5조원 추경, 문제는 '얼마'가 아닌 '어떻게'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3일, 오전 05: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새 정부의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두고 ‘슈퍼 추경’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범 2주 만에 추경을 편성하며 건전 재정에서 확장 재정으로 진입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첫 추경이 역대급 규모는 아니다. 불과 3년 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사흘 만에 59조원 규모 추경안을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의 평가다. 소상공인 지원을 목표로 한 59조원 규모 역대급 추경은 당시 “공약을 지켰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두 정부의 추경을 두고 왜 다른 평가를 내리느냐며 정치적으로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추경의 필요성과 효과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라는 얘기다.

추경은 이미 확정된 예산을 늘리거나 구조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둬들이는 세금과 써야 하는 세금이 크게 달라졌을 때, 산불과 같은 긴급 재난이 발생했을 때,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아지니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 등 국가재정법에 따른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해야만 추경이 가능하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발생에 추경을 결정했고, 윤 정부 출범 당시엔 코로나에 따른 경기 악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역시 성장률 둔화와 민생 악화 등 경기 침체가 추경의 가장 큰 이유다. 법만 놓고 봐도 추경에 대한 판단과 평가의 기준을 ‘얼마를 썼느냐’가 아닌 ‘어디에 썼느냐’에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국가 재정상태도 추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윤 정부 당시엔 세입으로만 50조원 규모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추경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나라빚만 올해 기준 130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상황만 놓고 보자면 30조 5000억원 규모 추경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늘어나는 나라빚보다 더 큰 문제는 무섭게 내리막을 타는 한국 경제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한국 경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의 연속이다. 안 그래도 위축해온 소비는 더 얼어붙어 내수 부진이 고착화했고, 그나마 튼튼했던 수출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1%대 중후반을 지켰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0%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이유로 대부분 전문가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다. 추경을 평가하는 또 다른 중요 요소가 ‘언제 썼느냐’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투입해야만 경기 부양, 민생 회복 등의 효과가 있어서다.

새 정부의 추경 사용 방법을 두고는 갈등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전 국민 지원, 지역화폐 활용 등은 정치적 갈등 요소다. ‘어디에, 언제’가 합의되더라도 ‘어떻게 썼느냐’를 두고 여야는 늘 부딪혀왔다.

정치적 갈등을 떠나 새 정부가 추경을 ‘어디에, 언제, 어떻게’를 제대로 잘 썼는가를 봐야 한다. 새 정부는 소비 활성화를 통한 민생 회복을 추경의 최종 목표로 내걸었다. 30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때, 제대로 쓰이는지를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