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中 공장엔 美 장비 안돼" 파괴력은? 첨단 칩 '제조 불가'

경제

뉴스1,

2025년 6월 23일, 오후 03:17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 제한을 추진하면서 그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현재 중국 공장에서 범용 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산 장비를 이용해 첨단 공정으로 반도체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中서 범용 제품 생산…공정 전환에 차질 우려
2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중국 공장 내 미국산 장비 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에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이 검증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해 예외를 적용했다. 이들이 중국에 미국산 장비를 들여와도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 없는 믿을 만한 기업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플래시)과 쑤저우(패키징), SK하이닉스는 우시(D램), 충칭(패키징), 다롄(낸드플래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 공장에서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최신 공정의 고부가 제품은 국내에서 만든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흐름에서 VEU 지정 철회를 논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VEU 지정이 철회될 경우 중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미국산 장비의 교체와 수리가 지연되고, 최신 공정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176단 7세대(V7) 낸드 공정을 286단 9세대(V9)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업체들의 최신 장비가 필수적으로, 미국 정부의 규제가 확정되면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증착, 식각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엔 美 장비 필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반도체 장비업체는 ASML(네덜란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미국), 램리서치(미국), 도쿄일렉트론(일본), KLA(미국) 순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하고 있다. 그 외 증착, 식각 등 다양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는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증착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의 거의 모든 공정을 다루는 종합 장비 설루션 기업이다.

램리서치는 식각 장비 분야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식각은 웨이퍼 위에 형성된 박막에서 원하는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이다.

증착 분야에서도 세계 최초로 텅스텐 대신 몰리브덴을 활용하는 원자층 증착(ALD) 장비 '알터스 할로'를 공개하는 등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알터스 할로를 활용해 최신 낸드 양산을 시작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알터스 할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KLA는 반도체 계측과 검사 장비 분야에서 1위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고 복잡해질수록 계측과 검사도 어려워져 높은 정밀도와 해상도를 갖춘 장비가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미국산 장비가 필수적인데, 미국 내에서도 수출 제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의 규제에 따라서 투자나 생산은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자체가 미국에서 태동했고, 미국 기업들의 기술과 IP(지적자산)이 들어가지 않은 걸 찾기 힘들 정도"라며 "보통 첨단 반도체는 미국산 장비가 있어야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