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훈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에 현직 철도 노동자인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명됐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던 노조 위원장 출신이 노동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처음이어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노동계의 핵심 과제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과 산업재해 예방, 주 4.5일제 등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노동계와의 가교 역할을 맡기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소홀했던 '노동 존중 사회로의 대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장관 후보자, 최연소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23일 대통령실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현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철도노조 기관사)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1992년 철도청에 기관사로 입사한 후 2000년 최연소 철도노조 부산지부장에 이어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어 2010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당시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됐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기에 민주노총을 이끌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저지 운동에 앞장섰다. 아울러 △KTX 민영화 저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 △비정규직 철폐 및 권리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의제로 총파업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돌아와 성과연봉제의 일방적 확대에 반대해 72일간의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했다.
이후 2017년부터는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정의당 노동본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22번을 배정받고 낙선했다. 지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출마해 비례 20번을 배정받은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제20대 대선에서 노동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공약 조언자…본인이 '파업 손해배상' 겪기도
김영훈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공약 등 노동 정책을 지원해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회사)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등 합법적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시작된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 초기 단계부터 관여했다. 특히 자신도 노란봉투법에서 제한하는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의 청구 대상이 됐던 경험이 있어 법 제정에 적극적이다.
철도노조는 2016년 9월~12월 74일간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은 김영훈 당시 위원장과 간부를 대상으로 40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정당으로 활동 범위를 옮긴 후에도 지속해서 노란봉투법 관련 정책 활동, 칼럼 기고를 이어왔다.
민주노총 "노란봉투법 조속히 처리해야"
민주노총은 김 후보자 지명 후 입장문을 통해 "김영훈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철도노조 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사회 노동 현장의 현실과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며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조속히 처리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하고, 초기업 단위의 교섭권, 공무원·교사의 정치기본권과 노동권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며 "김영훈 후보자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속적으로 노란봉투법 반대 의사를 피력해온 경영계 입장에서는 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 후보자의 지명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조합법 2·3조를 막는 것이 1순위"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은 법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잘못하면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김영훈 장관 후보자 지명 후, 과거 이력·발언 파악 등 향후 소통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동계 일각에서는 과거 노동계에 우호적인 정부에서도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되더라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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