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오스크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인 스타벅스 종로구청점.© News1 김정현 기자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스타벅스 종로구청점. 오피스 상권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해당 매장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고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설치될 예정인데요. 바리스타가 이름을 불러주고 고객의 취향을 기억하며 응대하던 스타벅스의 오랜 '사람 중심'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변화입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광화문·명동·제주 등 주요 매장 10여 곳에 키오스크를 시범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피크타임 대응과 외국인 고객 편의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편의 장치 도입을 넘어 브랜드 전략 차원의 실험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 본사가 아닌 한국에서 먼저 이 실험이 시작된 걸까요? 한국은 스타벅스 기술 혁신이 가장 먼저 검증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사이렌 오더 역시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도입됐고 디지털 주문과 리워드 시스템도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진동벨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매장 운영 효율을 높였습니다.
디지털 소비문화가 일상화된 한국은 소비자의 수용성과 적응 속도가 모두 빠릅니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은 낮추고 실험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셈입니다.
여기에 한국은 스타벅스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 중 하나입니다. 400개가 넘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존재하고, 저가형부터 프리미엄까지 브랜드가 양극화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 기준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맛과 품질은 기본, 주문 속도와 공간 경험까지 모든 요소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감성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효율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입니다.

키오스크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인 스타벅스 종로구청점© News1 김명신 기자
고정비 구조 또한 중요한 변수입니다. 스타벅스는 파트너 복지와 근무 환경을 중시하며 업계 평균보다 높은 인건비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핵심 상권 매장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커, 매장당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주문 업무를 키오스크가 분산 처리해 줄 수 있다면 운영 효율은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는 미국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체제가 아닌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지분 67.5%를 보유한 법인입니다. 조직 구조상 자율성과 실험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고 본사로서도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새로운 운영 모델을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 고객 대면 원칙을 깨고 진동벨을 시범 도입한 뒤 이를 확대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번 키오스크 도입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순한 주문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고객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입니다. 사람 중심 서비스를 내세워온 스타벅스가 이제 효율을 선택한 지금 소비자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번 실험 역시 또 하나의 글로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