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개점한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하나은행 제공) 2022.4.25/뉴스1
은행권이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취약계층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디지털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점포에 여러 은행이 입점해 공동 운영하는 개념으로, 은행권은 공동 디지털 점포가 일반 점포 대체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점포 폐쇄 시 대체 수단으로 인정해달라는 요청도 새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여러 은행의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동 디지털 점포(브랜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이 이미 설치를 추진·협의 중으로, 현실화할 경우 한 지붕 아래 다섯개의 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점포가 탄생하는 셈이다.
공동 디지털 브랜치는 각 은행이 설치한 스마트텔러머신(Smart Teller Machine, STM) 및 화상디지털데스크(Interactive Teller Machine, ITM)을 통해 은행 직원과 화상으로 상담하며 업무를 볼 수 있는 영업점이다. 예·적금, 대출,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 등 일반점포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은행권은 퇴직 직원을 점포 내부에 배치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이 전부 참여한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올해 초부터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공동 디지털 브랜치 추진에 나선 건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은행의 대면 창구가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은행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이에 따른 비용·인력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현장 점포 숫자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7557곳이었던 은행점포 숫자는 10년이 지난 2024년 5792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총임직원 숫자도 13만 5281명에서 11만 3882명으로 감소했다.
이를 공동 디지털 브랜치가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STM 및 ITM을 일부 활용하기에 일반 점포 대비 적은 비용에다가, 공동으로 점포를 운영해 운영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디지털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층 및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고객 편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은행 퇴직자를 재고용해 고용 창출 효과도 있다.
여러 은행이 한 점포에서 영업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두 은행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점포'가 이미 존재한다. 다만 각 은행의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점포를 설치할 필요성이 다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경우 공동점포 설립이 힘든 점도 있다.
이에 은행권은 공동 디지털 브랜치 운영을 위한 유인책 마련도 새 정부에 요구 중이다. 기존 점포 폐쇄 시 '공동 디지털 브랜치'를 대체 수단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이 경우 금융 소외 지역에도 공동 디지털 브랜치를 설치할 유인이 생긴다.
'디지털 무인점포',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ATM)' 등 금융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려운 무인점포가 오프라인 점포를 대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그 사이 공동 디지털 브랜치가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은행대리업' 제도와 연계하면 더 큰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은행대리업은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일례로 전국 2500여 개의 우체국에서도 은행의 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점포 운영 모델의 시도로 은행의 지속적인 채널 혁신을 도모하는 한편, 금융 접근성·포용성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 디지털 브랜치 설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소외지역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금융 점포 운영'을 통해 금융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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