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지 무색…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 35% 훌쩍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4일, 오후 06:58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이 35%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의 연체율은 40%를 넘어서며 두 명 중 한 명꼴로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이 대출을 반복적으로 이용한 사람이 4700명을 넘어섰고 일부는 상환 6개월 만에 또다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책의 원래 취지와 달리 반복대출과 연체율 증가가 구조화하면서 저신용자가 부채로 연명하는 제도로 변질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4일 서민금융진흥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이데일리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기준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전체 연체율은 35.2%로 집계됐다. 2023년 말 연체율(11.7%)과 비교하면 2년 새 3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 대출은 기존 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신용점수 하위 계층에 한해 최대 150만원까지 생계비 명목으로 제공되는 긴급 생활안정 자금이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 취약계층에게 합법적 금융지원을 제공하자는 목적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41.4%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30대도 36.8%, 40대는 34.8%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29.3%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청년층의 부채 상황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신용점수 하위 20% 청년이 주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 생활비 부담이 겹치면서 상환능력이 극도로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초단기 알바로 생활을 버티는 청년이 대출 상환 후 곧바로 재대출을 문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 자체는 줄지 않았다. 올해 1~4월까지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총 5만 7939건을 실행했는데 이는 월평균 약 1만 4000건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대 이하 청년층에게만 2만 4587건을 공급해 전체의 약 42%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 악화와 물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 자금이 저신용자의 유일한 생계 해결 수단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용점수별 연체율을 보면 이 문제는 더욱 뚜렷해진다.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 연체율은 올해 4월 기준 35.8%로 전체 평균보다 더 높다.

서금원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취약 차주를 중점 지원하는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제도의 특성으로 연체율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공급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대출사업의 건전성 관리와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만기경과 전·후로 연체자별 맞춤형 사후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 대출에 의지하는 사람의 정책 의존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1~4월 동안 대출을 반복 이용한 사람은 총 4703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6114명)와 비교해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대출도 지난 2월 도입 이후 벌써 1100명이 넘었다.

이에 일각에선 애초에 ‘불법 사금융 예방’이라는 안전망으로 설계된 제도가, 오히려 ‘합법적인 생계 부채 구조화’를 유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연체율과 반복대출이 겹치는 상황은 정책 설계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재대출, 상환 격려금 제도와 성실상환 이벤트 등을 통해 이용자의 성실상환을 유도하고 연체 시 불이익 등에 대한 대면 금융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연체자 대상 주기적인 상환 독려 안내 시행, 성실상환 유도를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분석을 시행해 연체율 개선을 위한 추가 개선사항 모색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 속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청년층이 여전히 불법사금융에 내몰리고 있다”며 “불법법사금융 예방대출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채 문제를 먼저 해결한 후 대출을 받아서 사용하도록 하는 등 실제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