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정제마진 반등과 SK온의 출하량 증가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두 호재로 이르면 2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대대적 감세 법안 시행으로 연간 실적에는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정제마진 반등·SK온 출하량 껑충…하반기 실적 청신호?
5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컨센서스)은 증권사마다 크게 엇갈린다. 예상을 깨고 672억 원의 흑자(하나증권)를 볼 것이라는 분석부터, 많게는 4429억 원의 영업손실(유안타증권)을 점치는 관측까지 교차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5월 중순 이후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됐고, 국제유가가 지난달 상승한 점을 들어 석유사업 적자 폭이 시장 우려보다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 이에 따른 재고손실이 4500억 원가량 예상돼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견인하는 양대 축인 정제마진과 배터리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특히 정제마진은 지난 5월 반등 후 올해 최대치인 배럴당 10~11달러를 유지 중인데, 이 흐름이 유지되면 3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SK온도 북미 배터리 출하량이 크게 늘면서 적자를 줄이는 '효자'로 탈바꿈했다. SK온 생산 라인의 75%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 현대차그룹이 올해 3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간 30만 대 규모의 메타플랜트(HMGMA)를 본격 가동한 덕이다.
이에 SK온의 북미 공장 가동률은 90% 이상까지 껑충 뛰었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의 2분기 AMPC가 2075억 원으로 1분기(1708억) 대비 21.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럽 시장 내 폭스바겐 ID 시리즈도 판매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의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30일 주가가 직전 거래일 대비 25.15% 급등, 12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5월 23일 최저가(8만800원)를 찍은 뒤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무려 51.5% 수직 상승한 것이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SK온 제공) © News1
상호관세·세액공제 폐지 연타로 온다…美에 달린 연간 실적
복병은 '트럼프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가 다음 달 1일(현지 시각) 부과되는 데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조기 종료 등을 담은 '메가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북미 사업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미 하원은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과제 실현의 핵심 내용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후 5시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할 계획이다.
OBBA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신차를 사거나 리스한 구매자에 제공하는 7500달러,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4000달러 세액공제를 9월 말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둘 모두 2032년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시점을 7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다행히 AMCP는 변화가 없었지만 북미 전기차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주는 인센티브인데, 전기차 구매 수요가 줄어 완성차업체의 출하량이 감소하면 부품인 배터리 생산량과 AMPC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동차 부품 관세(25%)에 배터리가 포함돼 있는데, 30D(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세액공제 종료 전(3분기)까지 일시적으로 전기차 구매가 늘 수는 있겠지만 4분기부터는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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