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마저…'더 센 상법' 2라운드 온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6일, 오후 06:5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더 센 상법’ 입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마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2라운드’를 예고하면서,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실상 유일한 기업 경영권 방어책인 자사주마저 보유를 금지한다면, 외부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의 여파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을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과 함께 대비책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가뜩이나 대내외 리스크가 산적한 와중에 법무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 만연해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기업들이 더 긴장하는 것은 상법 개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장은 최근 “더 센 두 번째 상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며 자사주 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거론했다. 늦어도 9월 정기국회 때 추가 입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기업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쌓아두지 말고 의무적으로 없애라는 게 골자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국내 대기업집단들은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우호 주주들에게 매각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는 측면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자사주 보유 외에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산업계 한 고위인사는 “일부 기업 오너들이 자사주 보유를 악용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를 아예 금지해 버리면 해외 행동주의펀드들이 공격할 때마다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기업 경영권과 직결돼 있는 문제다. 외부 세력들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더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추진하려면 주요국들이 대거 채택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 제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목소리다.

창업주 혹은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대표적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포이즌필(Poison Pill), 보유한 주식의 금액 혹은 수량과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인 황금주(Gold Share) 등도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세 가지 수단을 모두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모두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근래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하면서 기업의 ‘국적’이 중요해진 만큼 경영권 보호 장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있어 보인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도 이제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며 “주요 경제단체들과 협력해 이를 알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