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사진=우리금융)
IMF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전격적인 통합을 선언했고 두 은행은 ‘한빛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해 통합 후 공적 자금만 3조원 넘게 투입됐다. 통합 한빛은행은 이후 2001년 4월 국내 첫 금융그룹인 우리금융그룹으로 편입하면서 우리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의 온갖 간섭을 받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3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던 잔여 지분 약 1.24%를 사들이면서 100% 민영화에 성공했다. 상업·한일 두 은행 합병 26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국내 최고의 증권사였던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을 패키지딜로 NH금융지주에 팔았다. 당시 이 인수를 진두지휘한 게 임종룡 NH금융지주 회장이었다. 그런 임 회장이 지난 2023년 우리금융 회장에 오르며 우리금융에 비어 있던 증권사를 보강했다. 우리금융은 2012년만 해도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파이낸셜 등 11개 계열사에 총자산 403조원의 국내 1위 금융그룹이었다. 이후 증권과 생보사, 파이낸셜 등을 분리 매각하면서 공적자금 상환을 했고 사실상 이름만 남은 ‘반쪽짜리 금융그룹’으로 전락했다.
◇계파문화 청산·비은행 강화 본격화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금융 명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계파 문화 청산’과 ‘비은행 강화를 통한 이익 증가’를 꼽는다. 임종룡 회장의 중재로 올해 초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퇴직직원 동우회가 통합했다. 인사자료에서 출신은행을 삭제했다. 올해 말까지 ‘디지털 선도’와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그룹의 새 휘장인 ‘우리원(WON) 보조 휘장’도 쓴다고 한다. 성공적인 자회사 편입을 기념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더 큰 도약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계파 문화 청산에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이익경쟁에서는 3위인 하나금융그룹을 따라잡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취약한 비은행부문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은행 의존도가 96%에 육박한다. 다행히 우투증권과 동양·ABL생명 인수로 탄탄한 비은행 진용을 갖췄다.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본업경쟁력 강화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한 재무성과 창출,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27년 만에 진용을 갖춘 우리금융이 1등 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준비는 마쳤다.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