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6일 이데일리가 올해 들어 6월말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강남구 7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된 20건 중 소유권 일부만 이전된 사례를 제외한 17건을 분석한 결과 4건 가량이 초고가 아파트를 매수하면서도 관련 주담대가 ‘0’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토허제가 해제될 때 매수됐다. 전세를 끼고 매수했다고 이들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매매가격의 10%대 수준이라 갭투자 매수 자금이 상당한 편이다.
주담대가 0인 것을 포함해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주택 가격의 20% 밑으로만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도 6건으로 집계됐다. 28일부터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소득·자산 무관하게 6억원으로 정해졌지만 5건 정도는 대출이 없거나 6억원 이내(이자 등 포함)에서 대출이 이뤄졌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러한 매매 사례들은 6.27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출 규제로 강남 초고가 주택 가격을 잡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 겸 미국 IAU교수는 “잠실 등에 살던 사람이 강남으로 넘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현금을 꽤 들고 있어서 대출을 많이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며 “강남3구 등은 엄청난 규제를 받아들이고 내성이 생긴 지역이라 대출 규제가 먹히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17건 중 5건 정도는 근저당 설정 비중이 주택 가격의 50%를 넘어서는 만큼 이번 대출 규제로 ‘영끌’을 통해 상급지에서 최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는 일부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강남 초고가 주택을 현금으로 매수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 부자’들만 규제를 피해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번 대출 규제의 타깃은 고소득 맞벌이 전문직”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득이 높아도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현금 없는 사람들은 이 동네(상급지)로 오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로 거래가 실종되면서 당장은 강남권 초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세가 억제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해지면서 주택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소장은 “이번 대출 규제는 지방과 관계없다고 하지만, 지방에 이미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진입하려고 할 때 (1주택자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 주택을 팔아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