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디즈니랜드 야간쇼 전경 © News1 이민주 기자
여행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단연 입국심사 때가 아닐까.
최근 기자가 다녀온 홍콩 국제공항에서 맞닥뜨린 심사관도 꽤 깐깐한 표정으로 '입국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디즈니랜드"는 짧은 대답에 심사관이 딱딱한 표정을 풀고는 "좋은 시간 보내라"고 말했다. 그렇게 디즈니랜드는 한 나라를 방문하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반면 국내 대표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어떨꺼.
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테마파크 순위를 보면 상위 10위 곳 중 8곳이 세계 각국의 디즈니랜드다. 에버랜드는 전년보다 세 계단 떨어진 19위다. 롯데월드는 다섯 계단 미끄러진 23위를 기록했다.
디즈니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자체 지식재산권(IP)이 가진 힘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부터 겨울왕국, 모아나까지 디즈니랜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자체 콘텐츠를 기반으로 파크를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방문객은 단순히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체험하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세계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한다.
반면 국내 테마파크는 철마다 해외 IP의 유명세를 빌려 입는다. 롯데월드는 올해 '포켓몬스터'와 컬래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서는 보노보노, 짱구 등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활용해 캐릭터 마케팅을 크게 성공시키기는 했으나 푸바오가 중국으로 귀향한 뒤에는 잠잠한 분위기다. 올해는 '워터 페스티벌' 테마로 '원피스'를 빌려왔다.
물론 자체 IP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기 위해 두 테마파크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디즈니에만 있는 것 두 번째는 '팬'이다.자체 IP가 팬을 만드는 기반이라면 팬덤은 그 IP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홍콩에서 각국의 디즈니랜드에 모두 가봤다는 한국인 팬을 만났다. 그는 이번 홍콩 디즈니랜드 방문이 벌써 일곱번째라고 했다. 양손에 굿즈를 한가득 들고 선 그는 매번 입장료보다 캐릭터 굿즈를 사는데 돈을 더 많이 쓴다고 했다.
그 역시 국내 테마파크를 생각하면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국내 테마파크에는 여전히 팬보다는 단기적인 방문객, 일회성 소비자가 주로 방문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한번 오고 나면 다시 올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팬덤이 있는 놀이공원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일까 디즈니를 제외한 다른 해외 테마파크 브랜드, 나라에서도 놀이공원을 도시 개발과 국가 브랜드 전략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자국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활용한 테마파크 산업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비전2030'의 일환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 중이다.
디즈니랜드가 이미 증명하고 타국에서 따라가고 있는 공식을 국내 테마파크들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국내 테마파크가 한국 여행의 주요 목적지가 되는 날, 그래서 서울행 비행기에서 만난 외국인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가려고 왔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