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의 '내가 본 미래'가 진열돼 있다. 이 책이 최근 주목받은 건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작가는 앞서 이 만화를 통해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예측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25.7.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7월 대지진설이 퍼지면서 일본 관광 수요가 급감했다.도쿄 왕복 항공권은 20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중화권에선 예약 취소가 줄 잇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불확실성' 그 자체가 관광산업에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출처는 '예언 만화'…실제 지진까지 맞물려 불안 확산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The Future I Saw) 속 예언이 올여름 일본 관광시장을 흔들고 있다.
해당 만화는 "2025년 7월 5일 일본 남서부에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가 온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내용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개 만화책 내용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앞서 만화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암시했고 이것이 맞아떨어졌다는 입소문이 더해지면서다.
최근엔 실제 지진도 이어졌다. 6월 21일부터 규슈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는 하루 수십 차례 지진이 관측됐고 지난 3일에는 아쿠세키섬 인근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 89명이 대피했다.
타츠키 료는 지난달 출간한 신간 '천사의 유언'을 통해 "2025년 7월 5일이라는 날짜는 편집상의 오류로, 그날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예언설을 공식 부인했다.
다만, "2025년 7월이 일본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은 유지해 여운을 남겼다.
관광 수요도 '흔들'…항공권 가격 하락
이른바 '7월 괴담'은 실제 일본행 관광 수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행 수요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여러 국가의 반응을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화권에선 타격이 더 컸다. 홍콩의 주요 항공사들은 7~8월 일본 남부행 노선을 감편하거나 일부 노선을 아예 취소했다.
돗토리현 등 일부 지역은 "홍콩발 예약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이번 괴담 여파로 일본 관광업계가 최대 5600억 엔(약 39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쿄행 왕복 항공권 가격은 네이버 항공권 기준으로 7월 금~일요일 2박 3일 일정이 10만 원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유럽과 북미권에선 수요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 JNTO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놀유니버스 관계자는 "일본 노선의 경우 유의미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경기 부진 등 복합 요인이 작용 중인 만큼 지진 괴담은 일시적 변수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 오후 외국인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안내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년 5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2만9387명으로 전년 동월(141만8463명) 대비 14.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025.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불확실성엔 빠른 대응이 해답
문제는 예언의 진위가 아니다. 지진은 본래 예측이 어려운 자연현상이고, 괴담은 해당 작가의 해명으로 일단락됐지만, 한 번 흔들린 관광 심리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과거 메르스(2015년), 코로나19, 계엄령 발효 시기에도 외래객 수요는 단기간에 급감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수요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회복 속도는 각국의 대응 전략에 따라 달라졌다.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비교적 빠르게 수요를 회복했다"며 "이는 일본 정부가 지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선제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한 상황에서 관광객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파급 범위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빠르게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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