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빚 탕감' 예산 4천억 확정됐지만…"4천억 더 내놔라" 난감한 은행들

경제

뉴스1,

2025년 7월 07일, 오전 06:31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서민·소상공인 채무조정' 사업에 정부 예산 4000억 원이 편성됐지만, 재원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총 소요 예산은 8000억 원으로, 금융위원회는 나머지 4000억 원을 민간 금융사의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권의 저항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권은 "4000억 원의 부담을 은행에만 전가해선 안 된다"며 카드사·보험사·대부업체 등 전 업권이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 금융당국의 '팔 비틀기식' 재원 요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기관 등의 협조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다시 보고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빚 탕감' 예산 4천억 확정…나머지는 '금융권' 요청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5일 금융위원회가 요청한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이중 4000억 원은 정부가 장기연체채권(7년 이상·5천만원 이하)을 매입해 소각·조정하는 이른바 '빚 탕감' 배정됐다.

그러나 재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총 16조4000억 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 총 8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금융위는 이중 절반은 정부 예산으로, 나머지는 금융권의 '협조'로 마련하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 정책에 민간 금융사의 재원을 투입하는 배경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달 18일 브리핑에서 “과거 채무조정정책에서도 민간 금융사들이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과 협의가 마무리 된 것이냐'는 질문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는 다소 추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위기감 느낀 은행들…"전 업권 함께 부담해야"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고질적인 '팔 비틀기' 관행이 정책 구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다만 정부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출연금 요구인데, 내라고 하니 결국 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이런 요구가 매번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권 중에서도 이익 규모가 가장 큰 은행권은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4000억 원의 재원을 은행이 도맡아야 한다는 압박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은행권은 “4000억 원 부담을 은행에만 전가하지 말라”며 카드사·보험사·대부업체 등 전 업권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은행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규모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년 이상·5000만 원 이하' 장기 소액 연체채권 규모는 총 16조3613억 원으로, 이 중 은행이 보유한 채권은 1조864억 원에 그쳤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공공기관으로, 8조8426억 원에 달했다. 이어 △대부업체 2조326억 원 △카드사 1조6842억 원 △상호금융권 5400억 원 △저축은행 4654억 원 순이었다.

국회 정무위, '재원 조달 계획' 다시요구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채무 조정 프로그램에 4000억원의 예산을 신규편성하면서도, '팔 비틀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권의 협조는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인데도, 해당 금액을 확정적으로 사업 계획에 포함했다는 지적이다.

정무위는 지난 2일 의결한 2차 추경 심사보고서에서 "금융사가 취약계층 재기 지원이라는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금융기관 등의 협조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업 실행을 위해서 △참여기관의 범위 △참여기관별 출연금 규모 △참여 유인 체계 등 구체적 기준과 계획이 필요한데도, 이를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무위는 '부대의견'을 붙여 구체적인 금융권 재원조달계획을 다시 보고해달라고도 요청한 상태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