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가 조현병인가”…피 한 방울로 구분하는 비결은[AI침투보고서]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전 06:45

챗GPT, 딥시크 대란에 다들 놀라셨나요?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기술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주변에는 수많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침투해 있습니다. 음식도 AI가 만들고 몸 건강도 AI가 측정하는 시대입니다. ‘AI침투보고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 들어와 있는 AI 스타트업 기술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사진=챗GPT)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같은 정신질환이지만 엄연히 다른 질병인 우울증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 이 셋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문진표 작성(설문평가), 의사 면담 등 정성적 요소를 통해 진단하지만 100% 정확도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혈액 안에 있는 수많은 단백질 중 정신질환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단백질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이 기술은 질병별로 특이하게 나타나는 단백질 종류를 뽑아내고, 진단 대상자의 단백질 수치와 특정 질병에 걸린 사람의 단백질 수치를 비교한다. 여기에 진단 대상자의 특이사항 등 정성적인 요소를 더한다. 덕분에 최종 진단 결과의 오진 가능성은 줄어들고 정확도는 올라간다. ‘비욘드디엑스’의 혈액 다중마커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애니 파인더’다.

◇폐암 조기 진단에서 시작…약 80% 정확도 갖춰

비욘드디엑스의 질병 진단 및 통합 관리·분석 솔루션.(사진=비욘드디엑스)
체외진단장비 개발 기업 ‘비욘드디엑스’의 시작은 폐암 조기 진단 기술이었다. 정소진 비욘드디엑스 대표는 폐암이 전체 암 중 사망률 1위일 뿐만 아니라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재빨리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욘드디엑스는 선행 연구를 통해 폐암과 관련된 1000여종의 혈액 단백질을 선정했다. 그중 염증과 종양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 11종을 다시 뽑았다. 이후 폐암 혈액 검사대상물 1000개와 정상 혈액 검사대상물 700개를 분석해 최종적으로 단백질 6종을 뽑은 후 이 단백질을 어떻게 조합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3개의 단백질을 함께 분석해야 가장 진단 정확도가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비욘드디엑스의 AI 알고리즘 애니파인더는 위와 같은 원리로 폐암을 진단하는 최종 단백질 바이오마커(생체 내 특정 물질)를 가려냈다. 다른 암에서 나타나는 변수까지 제거해 폐암 발견 정확도를 80%까지 높였다. 발견하기 어려운 초기 폐암도 구분할 뿐만 아니라 불과 4시간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신속성까지 갖췄다. 일반 병원에서 진행하는 혈액검사로도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애니파인더의 경쟁력이다.

◇“수요 높은 질병에 우선 집중…통합 관리 솔루션 구축할 것”

정 대표는 폐암 진단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정신질환 진단까지 분야를 넓혔다. 해당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오진율이 높고 정확한 진단이 시급한 질병 진단 기술을 우선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자사의 단백질 분석 AI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치매) 등 수요가 높은 다른 질병도 초기에 간편하게 진단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 대표의 비전이다.

비욘드디엑스는 암, 정신질환 등 자사가 진단 기술을 갖고 있는 질병을 대상으로 한 통합 분석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암을 진단하는 것부터 항암제의 성능을 분석하고 암이 어떻게 낫고 있는지까지 통합적으로 추적 관찰하겠다는 셈이다. 정신질환자의 심리 상태와 생체 상태를 주기적으로 통합 진단해 원격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비욘드디엑스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주관 2025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의심 증상이 없는 초기 폐암 환자도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날, 정신질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대응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정기 건강검진의 혈액검사에서 이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수많은 죽음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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