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면 새 정권의 철학에 맞춰야 하는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역대 최강 대출 규제에 거래는 줄었지만 시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워낙 다양한 데다 내용도 복잡한데 세부 지침이 부족한 탓이다.
배드뱅크 이슈도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도덕적 해이·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거기다 한정된 나랏돈까지 써야 한다. 그만큼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5000만원 이하 채무’라는 기준이 1인당이 아닌 금융기관별이라는 점, 외국인 지원 등 여전히 논란거리 남아 있다. 세부안을 3분기 중 내놓겠다는 금융위는 지난 11일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다시금 밝혔다.
일각에선 해체론까지 나오는 금융위가 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와중에 금융위는 청산 결정을 내렸던 MG손해보험에 대해 다시 매각하겠다고 결정을 뒤집어 말이 더 많아졌다. 정권 초 생색내기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면 속도만이 아닌 ‘빈틈’ 없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특급칭찬’을 받는 금융위가 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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