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보다 더 무서운 거 온다…사장님들 '발칵'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전 07:19

[이데일리 김영환 김응태 김세연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는 박 모(55)씨는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두 곳의 매장에서 각각 6시간씩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있다. 박씨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내가 일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10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6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1만 320원으로 결정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1만 2384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부담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가 초단기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도 공휴일 휴가, 유급 연차휴가, 주휴수당 등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정동관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남부지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주휴수당을 합하면 월급이 10만원정도 오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며 “코로나 팬데믹 시절 고용을 많이 줄였지만 엔데믹 이후 인건비가 많이 올라 충원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를 계속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결국 장사는 더 안된다. 자영업자는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출처=챗GPT)
(그래픽= 김정훈 기자)
◇“소폭이라지만…앞으로 가 더 걱정”

자영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보다 향후 정부의 초단기 근로자 정책이 더 걱정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43)씨는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존 하루 5시간 썼던 아르바이트생의 업무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단기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르바이트 고용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초단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공휴일 휴가, 유급 연차휴가, 주휴수당 등을 보장하면 2025년 최저임금(시간당 1만 30원) 기준으로 연간 1조 3700억여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중 주휴수당이 약 8900억원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학자의 80%는 최저임금 결정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제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나 노르웨이처럼 최저임금제도가 없는 나라도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프랜차이즈 업황도 나빠져

대표적 자영업종 중 하나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내수경기 침체 및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 갈등으로 수익성도 악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면서다. 높아지는 고정비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호소도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영업표지(브랜드) 수는 1만 2377개로 1년 전보다 0.4% 줄었다. 공정위가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외식 업종은 같은 기간 0.6% 감소해 비중이 더 컸다.

프랜차이즈 본사 인지도와 본사의 경영지원을 무기로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에게 ‘덜 위험한 선택지’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프랜차이즈 위기는 자영업 전반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소매업·음식업종 비중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

여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2.9% 감소했다. 100만명 넘게 폐업했는데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가맹점주의 이익은 5~6%에 불과한데 본사는 25%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본사 수익만 보장되는 방식이라면 굳이 프랜차이즈를 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높아지는 고정비 부담…수익성 악화 거듭

일반 자영업자에 쏠리는 가중도 크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가게 문을 열며 버텼는데 정작 코로나가 지나도 손님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인건비, 전기료 등 각종 지출이 오히려 늘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영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부터 전기요금은 총 7차례 상승했다.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일반용 요금은 총 6차례 올라 kWh당 전기요금은 2022년 약 125원에서 올해 약 160원으로 30%가량 올랐다. 모객이 중요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대폭으로 줄이기 어렵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처럼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는 게 자영업자 구조”라며 “각종 비용을 모두 자영업자가 떠안게 되는 구조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료 상한제나 세제 혜택, 전기료 차등제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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