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길영 작가가 16일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열린 ‘한국패션협회 패션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이날 포럼은 ‘시대예보:로컬, 글로벌이 되다’를 주제로 패션협회가 주최한 행사다. 송 작가의 이날 강연은 최근 K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K패션도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성래은 패션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의 감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패션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며 “패션업계도 시대의 변화를 읽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맡은 송 작가는 전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부사장을 역임한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현재 K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작가는 “현재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건 과거 부채춤, 태권도 시범처럼 박제된 한국 문화가 아닌, 지금 일상의 문화”라며 “그간 비싼 상권에서 버티면서 사업을 해왔던 K브랜드들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시작점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것이 한국적인 것이냐’고 하면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며 “해외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고유한 무언가를 찾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처럼 무조건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젠 국내 제품들도 자체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제품 자체의 가치와 함께 가격도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최근 해외에 진출한 한식 파인다이닝 가격대가 높아지고 있고, 미국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높은 가치를 받고 있다. 이른바 한국의 식음(F&B), 문화 등이 ‘하이엔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송 작가의 설명이다.
송 작가는 “과거 한국은 가성비와 빨리 만드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주목도도 한층 높아진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며 “앞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주장할 수 있으려면 비싸야 하고 이에 걸맞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찾는 것이 브랜드들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송 작가는 “앞으로는 로컬 브랜드가 부상할 것”이라며 “과거 패션업계에선 수입자들이 대부분 돈을 벌었는데, 이제는 고유한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아야 성공을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해외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도 연매출 1500억원 이상만 넘으면 직진출하는 경우가 늘텐데, 이 경우 수입사업은 점차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K뷰티가 성공한 것처럼 패션도 자체 고유한 브랜드를 갖고 글로벌로 가야 한다”며 “현재 국내 로컬 브랜드가 많이 없는 것이 한계인데, 그만큼 좋은 브랜드를 앞으로 잘 탐색하고 투자하고 협업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가장 고유한 건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땅, 그리고 사람들”이라며 “이 고유한 영역을 극대화시키면 아무리 카피가 뒤따르더라도 시장을 지켜나갈 수 있다. (국내 패션업계도) 끝까지 고유한 것을 찾아 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