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호황 때 '위기론' 꺼낸 방시혁…하이브 일으킨 3대 전략은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6일, 오후 07:37

이재상 하이브 대표가 1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인협회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멀티 홈 멀티 장르, 멀티 레이블, 팬덤 플랫폼 세 가지 전략 덕분에 하이브는 K-팝의 위기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업력 20년'에 불과한 하이브가 단숨에 시가총액 기준 국내 1위, 세계 4위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올라선 비결은 무엇일까.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는 16일 "K-팝이 성장 가도를 달렸던 2023년 시장에 위기론을 던지며 세 가지 전략을 짰다"며 하이브 위기의 성장 스토리를 풀어냈다.

이 대표는 이날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년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K-POP의 위기와 도전'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하이브의 창업자인 방시혁 의장이 추진했던 △멀티 홈·멀티 장르 △멀티 레이블 △슈퍼 팬덤 플랫폼 3대 전략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성과를 소개했다.

K-콘텐츠는 2022년 수출액이 가전제품과 비슷한 133억 달러를 기록하며 대호황을 누렸다. 2015~2023년 K-팝 실물 음반의 연평균 수출액 성장률은 35.7%로,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실물 음반은 1.8% 역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독주'에 가까웠다.

하지만 방 의장은 K-팝 전성기인 2023년에 돌연 'K-팝의 위기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모든 사람이 'K-팝은 대박 났다'며 축배를 들었지만, 2020년 기점으로 성장세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텐츠 소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이상 성장기'를 지나면 성장률이 급속도로 둔화할 것이라는 구조적 위기 시그널(징후)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경영진이 추진한 '3대 전략'은 △멀티 홈 멀티 장르 △멀티 레이블 △슈퍼 팬덤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진출 국가의 문화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스타'를 꾸준히 양성해 선보이고, 소통형 팬덤 플랫폼으로 더 넓고 견고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존재감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면서 하이브는 해외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는 대신 현지 유력 회사와 합작 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 각지에 하이브 고유의 '팬덤 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가 1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인협회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이다. 방시혁 의장의 주도 아래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결성된 캣츠아이는 2023년 2월 미국에서 데뷔, 특정 코어팬덤이 아닌 넓은 대중을 공략하며 세계화와 현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대표는 "K-팝 시스템과 방법론이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멀티레이블 체계'에 대해선 "지속적인 슈퍼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강하고 효과적인 운영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하이브는 2018년부터 멀티레이블 체계를 도입해 현재 한국·일본·미국·라틴에 16개 이상의 레이블을 갖추고, K-팝과 라틴, 컨트리,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100여 팀의 아티스트를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 전략으로 글로벌 슈퍼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꼽았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팬과 팬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다. 팬들은 위버스 내에서 단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공동 생산자(프로슈머)로 진화하며 아티스트에 대한 더 강한 결속력과 팬심을 갖는 구조다.

이 대표는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산업적으로 유의미하고 팬덤 라이프에도 더 좋은 일이라 믿으며 이를 진화시켜 왔다"고 했다. 현재 위버스는 전 세계 245개 지역에서 월 1000만 명의 유저가 방문하는 독보적 팬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표는 "하이브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18년 제가 하이브에 합류한 당시엔 구성원이 100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사무직원만 2900명에 달한다"며 "하이브뿐 아니라 산업 전반을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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