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투자자의 두 가지 편향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7일, 오전 09:38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최고투자전략가] 자국 시장에 대한 집중 투자를 의미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자국편향)와 관련한 학술적인 연구 결과가 상당히 많다. 특히 한국은 국내 자산 중심의 투자 편향이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한국 자산의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대 2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
현재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은 글로벌 자산배분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외 지역에서는 이러한 투자 의견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의 관점에서 한국은 규모가 작은 시장일 뿐 아니라 산업 구조의 집중도 역시 매우 높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총 11개 주요 산업 중 단 2개 업종이 한국 주식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SC그룹의 투자 접근법은 파운데이션(Foundation) 포트폴리오와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아이디어로 구성했다. 파운데이션 포트폴리오는 마켓 사이클 전반에 걸쳐 주요 자산군에 분산 투자를 한다. 오퍼튜니스틱 아이디어는 더 선별적 범위의 자산에 투자한다.

SC그룹은 한국 투자자에게 전체 금융자산의 적게는 70%, 적정 수준으로는 90%의 비중을 파운데이션 포트폴리오에 기반을 두라고 조언하고자 한다. 이는 글로벌 다각화를 통해 이뤄진 포트폴리오가 투자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다양한 기간에 걸쳐 양호한 성과를 실현할 확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2015년 이후 글로벌 주식은 원화 기준 연 환산 약 11%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한국 주식은 5% 남짓 수익률에 그쳤다. 이를 복리로 환산해보면 1000만원을 글로벌 주식에 투자했을 때 10년 후엔 2798만원인데 한국 주식은 1644만원으로 격차를 보였다. 또한 글로벌 주식의 변동성은 한국 주식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주식의 최대 낙폭은 글로벌 주식 대비 더 큰 경향을 보이며 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회복 속도도 훨씬 더디다.

주식 60%, 채권 40% 비중의 기본적인 포트폴리오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 주식과 한국 채권으로만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살펴봤을 때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8.4%, 한국 포트폴리오 3.9%로 성과 격차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한국 투자자에게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편향은 해외 투자 시 통화 위험 헤지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위험과 수익 측면의 성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 헤지에는 연 1.5~2.5% 수준의 비용이 들고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변동성 국면에는 일반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 주가 하락 시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원화 기준으로 손실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 반면 환 헤지를 하면 주가 하락이 고스란히 포트폴리오에 반영된다.

지금과 같이 시장의 컨센서스가 달러 약세 전망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 헤지를 하고자 하는 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주식 투자에 한해서는 여전히 환 헤지를 않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채권 역시 환 헤지 비용 자체가 성과에 상당한 부담 요인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투자자의 두 가지 편향, 즉 홈 바이어스와 통화 위험에 대한 과도한 헤지로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 또한 이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자산의 활용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출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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