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걷고 있다. 2024.8.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K-팝과 K-컬처의 영향력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왜 한국 관광은 제자리일까. 외래객 유입은 늘고 있어도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내국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는 빈 지갑만 남는다.
일본은 10년 넘게 관광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며 총리가 직접 외래객 유치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구호만 요란할 뿐 관광을 움직일 컨트롤 타워 조차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관광 산업에 대한 밑그림을 새로 짜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도 살리고 수출도 살린다
유엔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관광 수출액은 1조 9000억 달러(약 2633조 2100억 원),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약 10%에 달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한국 관광의 경제적 기여도 및 방문객 지출에서 상당한 성장에 주목하기도 했다.
2024년 한국 관광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692억 달러(약 96조 원)로 GDP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는 전년 대비 13.6% 증가한 수치이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회복세다.
관광산업 고용도는2034년까지 연평균 4.8% 성장해 연간 180만 명 고용, 약 131조 원 경제 기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관광을 여전히 문화예산의 하위 항목처럼 다루고 있다.
이충기 경희대 고황명예교수는 "관광은 '여가'가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워야 할 '외화 수출 산업'"이라며 "2024년 관광수익 160억 달러는 쏘나타 66만 대 수출과 맞먹는 규모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를 문화 예산의 한 줄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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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국가전략으로 관광을 삼았다…한국은?
일본은 관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10년 단위 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겼다.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관광입국'(観光立国·관광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선언하며 외래객 4000만 명 유치와 관광소득 확대를 위한 10개년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관광청을 내각부 산하 독립기관으로 격상하고 △지방분산 △고부가가치화 △마이스(MICE) △의료관광 △디지털 관광 등 전략 과제를 구체화했다.
그 결과 일본은 2012년 836만 명이던 외래관광객 수를 2019년 3188만 명까지 끌어올렸고 관광수입은 4조 8000억 엔(약 44조 원)에 이르며 서비스 수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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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과는 관광을 정책적으로 설계하고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다.
관광입국촉진교부금 등 재정수단을 지역에 직접 연결했고, 민관 합작으로 인프라·숙박·콘텐츠·환대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구축했다.
특히 일본은 2006년 '관광입국추진법'을 제정해 정책 추진 체계를 명확히 하고, 2011년부터는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통해 총리가 매년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앞서, 2027년까지 관광객 3000만 명, 관광수출 300억 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컨트롤타워와 전략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관광정책국이 유일한 전담 조직이며 관광청과 같은 독립 행정기구는 없다.
국가관광전략회의 역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2013년까지는 대통령 주재 '관광진흥확대회의'로 운영했지만, 2017년부터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관광전략회의'로 격하되면서 위상과 실효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름은 전략회의지만, 실제로는 캠페인 중심의 선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략 없이 목표만…시스템 바꿔야 할 때
지금 필요한 것은 관광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컨트롤타워다. 관광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산업이자,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내수산업이다.
외래객은 늘고 있지만, 국내 여행수요는 해외로 유출되며 관광수지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제는 외국인 유치뿐 아니라, 내국인의 여행 소비를 국내로 유도할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총괄할 조직도, 실행 체계도 없는 것이 한국 관광의 현실이다.
출국납부금 인하로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이 줄었고 관광 연구개발(R&D) 예산은 전체 국가 R&D의 0.0004% 수준인 11억 원에 불과하다. 투자 없이 목표만 내세우는 방식으로는 관광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없다.
정란수 프로젝트 수 대표는 "대통령실에 관광진흥비서관을 부활시키고 국무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직속 회의로 격상해야 한다"며 "문체부 내 관광정책국을 '관광정책본부'로 승격해 정책 기획과 예산 편성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도 "K-컬처 확산을 관광산업 도약으로 연결하려면 제조업 수준의 세제·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광수출지원단 운영과 제도 개선을 통해 외래관광객 유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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