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지난해 정부와 기업, 가계를 비롯한 국가 전체의 부(富)가 약 1200조 원 늘어난 2경 4000조 원을 기록했다.
집값과 주가 등 자산 가격 상승이 국부 증가에 약 900조 원을 기여했다. 특히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져 순금융자산이 역대 최대인 56% 급증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순자산은 전년 대비 1217조 원(5.3%) 늘어난 2조 4104조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가 폭이 2021년(3029조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순자산은 정부, 기업, 가계, 은행 등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가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을 가리킨다. 우리 경제가 가진 순수한 부의 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국민 순자산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9.4배로, 전년(9.5배)보다 GDP 배율이 소폭 낮아졌다. 명목 GDP 증가율(6.2%)이 국민순자산 증가율(5.3%)을 앞선 영향이었다.
자산가격 따라 늘어난 국부…주택 시총 3년 만에 다시 증가
국민순자산 증가에 가장 기여한 요인은 '자산가격 상승'이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증가는 거래 외 요인이 908조 원을 차지해, 거래 요인이 기여한 308조 원의 3배에 달했다. 전체 국부 증가의 4분의 3이 거래 외 요인이었던 셈이다.
거래 외 요인은 자산 취득에 연관되지 않은 시장가격 상승 등의 증감 요인을, 거래 요인은 자산 순취득을 뜻한다.
구체적으론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의 명목보유손익이 352조 원 급증하면서 1년 전(-67조 원)의 감소세를 벗어났다.
특히 토지가격이 1년 전에는 2% 하락했으나 이번에는 1.2% 올랐다.
건설·설비·지식재산 등 생산자산의 가격 오름세도 확대(1.8 → 2.1%)됐다.
지난해 주택 시가총액의 경우 7158조 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지난 2022년(-4.0%), 2023년(-1.2%) 연속 감소 이후 3년 만에 증가 전환했다.
주택 시총 증가는 수도권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전국 주택 시총 증가에 대한 권역별 기여도를 보면, 수도권이 3.8%포인트(P), 비수도권이 0.4%p로 수도권의 기여율이 90.6%에 달했다. 수도권 기여율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였다.
자연스레 주택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31.8%)은 전년 말(31.4%) 대비 0.4%P 상승했다.
해외 주가 오르고, 환율은 1400원대…순금융자산 '최대' 증가
지난해 자산 가격 상승 영향은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에서 뚜렷했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582조 원(56.0%) 급증한 1620조 원을 기록했다. 증가세가 전년(24조 원, 2.3%)보다 빠르게 늘어, 역대 최대 증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순금융자산은 순취득 증가 폭도 확대(43조 → 117조 원)됐지만, 거래 외 요인에 따른 증가 폭이 전년보다 더욱 크게 확대(-19조 → 465조 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주식 등 금융자산 취득이 잇단 영향도 컸고, 취득한 금융자산의 가격도 크게 올라 순금융자산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거래 외 증감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 주식시장 호조,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라며 "대외금융자산(거주자 보유)의 평가이익이 대외금융부채(비거주자 보유)의 평가이익을 상회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자산의 약진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한 부동산 부문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지난해 말 국민 경제 전체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전년 대비 431조 원(2.6%) 증가한 1경 7165조원으로 집계돼, 부동산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76.3%)이 전년 말(76.6%) 대비 0.3%p 하락했다.
이는 토지자산(1경 2139조 원)이 증가로 전환(-1.1 → 2.1%)한 반면, 건물자산(5025조 원)은 증가세가 둔화(4.9 → 3.8%)한 영향이었다. 가계의 순자산 중 부동산 비중도 74.6%로 전년(75.4%)보다 하락했다.
GDP 대비 토지·주택 배율의 경우 각각 4.7%, 2.8%로,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1인당 가계 순자산 2.5억 원…일본 5년 연속 제쳐
지난해 말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년 전보다 424조 원(3.4%) 증가한 1경 306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다.
가계의 순자산 증가율은 전년(1.8%)보다 확대됐다. 비금융자산이 주택자산(4.1%) 중심으로 2.2% 증가한 데다, 금융자산도 현금·예금(5.1%), 보험·연금(8.3%) 위주로 5.1%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의 순자산 구성을 보면 주택이 50.9%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주택 외 부동산(23.7%), 현금·예금(19.4%), 보험·연금(12.1%) 순이었다.
1인당 가계 순자산은 1년 새 3.3% 늘어난 2억 5251만 원으로 추정됐다. 전년(2억 4450만 원·1.7%)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1인당 18만 5000달러로, 원화 약세 등 여파로 2023년(18만 7000달러)보다 감소했다.
다만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가계 순자산은 1인당 27만 1000달러 수준으로 전년(26만 2000달러)보다 증가했다.
이는 일본(24만 8000달러), 영국(23만 3000달러)보다 많은 규모로, 우리나라는 일본을 2019년부터 5년 연속, 영국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앞서고 있다.
반면 미국(52만 1000달러), 호주(41만 5000달러), 캐나다(33만 8000달러), 독일(30만 8000달러), 프랑스(27만 6000달러) 등은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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