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플랫폼내 명품 시계 거래액 비중은 22.8%로 지난 1월대비 2.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중고거래 물량도 38% 증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 명품 시계 카테고리의 거래액(구매 확정 기준)은 2023년 상반기대비 15% 늘었다.
구구스 관계자는 “시계 단가 상승과 수요 증가로 올해 상반기 시계 카테고리 거래액이 증가했다”며 “전체 거래 중 시계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구스에서 판매중인 중고 시계들 (사진=구구스 홈페이지 캡처)
백화점에서도 명품 시계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내 올 상반기 명품 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7.5% 증가한 반면, 명품 패션은 16.3% 느는데 그쳤다. 명품 시계·주얼리 매출 비중은 2.5%포인트 상승했다. 현대백화점도 올 1분기 기준 하이주얼리(명품 시계·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8.2% 늘었지만, 패션 명품 매출은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패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그 대신 명품 의류, 가방, 신발 등을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엔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으로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됐다.
또 명품 시계의 경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구조로, 시장에선 일종의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방, 의류 등은 유행에 따라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지만, 하이엔드급 명품 시계는 생산 자체가 한정적이어서 희소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다.
또 혼인율 상승도 명품 매출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2만 2000건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이는 예물 혼수 수요로 이어지며 시계·주얼리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 명품시계, 주얼리 브랜드들의 잦은 가격 인상으로,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의 생각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의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 유치도 활발하다. 현대백화점은 올 하반기 더현대 서울에 ‘럭셔리 워치관’을 신설, 1층에 있던 ‘제니스’,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지리드페리고’, ‘위블로’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다.
한화갤러리아도 올 상반기 서울 명품관에 스위스 명품 시계 ‘모저앤씨’와 독일 보석 브랜드 ‘벨렌도르프’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갤러리아 수원 광교점엔 지난 4월 명품 시계 브랜드 ‘튜더’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다음달엔 ‘위블로’, ‘그랜드 세이코’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연간 생산량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패션 명품은 시즌별 신제품 재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감가상각이 발생한다”며 “패션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왔다면, 시계는 중장년층의 자산가가 주소비층인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