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25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돈키호테와 개최하는 팝업 스토어(GS25 제공)
5년 전까지만 해도 불매 운동 대상이던 일본 상품이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누그러지고 여행도 증가하면서 일본 상품에 대한 인기가 확산되자 유통업체들도 협업 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1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총 4만 3676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2% 늘어난 것으로, 기존 역대 최대인 2018년의 상반기 수입량(4만 2962톤)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 8만 6676톤으로 정점을 찍은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불매 운동인 '노(NO)재팬' 운동이 확산하면서 2020년 6490톤, 2021년 7751톤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기존 기록을 경신하며 '노재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GS25가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낸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잡화점 '돈키호테'에도 새벽부터 '오픈런'이 벌어지는 등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입장 등록이 오후 이른 시간에 연일 마감되고, 상품도 조기에 품절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총 1만 명이 넘게 이 곳을 다녀갔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이 잠실 애비뉴엘점에 처음 팝업스토어를 연 일본 편집숍 '빔스'도 연일 수백 명이 줄을 서 두 시간 이상 걸려야 입장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한때 '노재팬'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는 2019년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다시 달성했다.

지난 4월 일본 패션 브랜드 '빔스(BEAMS)'의 국내 첫 팝업 매장이 열린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내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롯데백화점 제공).
유통업계는 지난 수년 동안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노재팬' 여파가 누그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882만 명이다. 전체 국민 6명 중 1명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3690만 명) 중 1위(24%)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에도 익숙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해 친밀도가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크다는 평가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화장품 매출은 전년(2023년) 대비 58% 증가하는 등 상승세다.
기업들도 일본 관련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정서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검증된 인기 상품은 한국에서도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일본 인기 푸딩 '저지우유푸딩'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 1위, 일본 제과 브랜드 '후지야'와 협업한 '페코짱 밀키카라멜'도 소프트 캔디 카테고리 매출 2위에 올랐다.
CU도 일본 유명 디저트인 '홋카이도 수플레 푸딩'을 한정 출시하자 SNS에서 화제가 됐다. 세븐일레븐이 '인천-도쿠시마'를 단독 취항하는 이스타항공과 협업해 출시한 '도쿠시라 라면'도 판매 3주 만에 라면 카테고리에서 육개장·불닭볶음면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삿포로맥주는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에 해외 매장을 최초로 개점하는 등 일본 맥주 브랜드의 국내 마케팅도 활발하다. CJ올리브영도 이달 한 달 동안 매장 곳곳을 일본의 '산리오' 캐릭터로 꾸미는 등 전사적으로 일본 마케팅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 문화와 국내 제품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며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대 현상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있다"며 "관련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갖고 추가 협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