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백조로…모비스·글로비스·로템 '실적 버팀목'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8일, 오전 07:0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 현대로템(064350)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동생들이 형(현대차·기아)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고 있다. 트럼프 관세로 현대차·기아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만 계열사들의 선전에 그룹 전체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방산 호조에 힘입어 현대로템의 올해 실적은 '역대급'을 예고하고 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실적 전망, 현대차·기아↓ 모비스·글로비스·로템↑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5대 계열사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99조7262억 원, 영업이익 8조1096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액은 4.5% 증가,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수준이다.

5개사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악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4월부터 실시한 미국 수입차 관세 25% 적용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4% 줄어든 3조5331억 원, 기아 역시 3조4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6% 감소할 전망이다. 그룹 전체 실적을 책임지는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조3855억 원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약 3조290억 원의 관세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시장은 가격(P), 판매량(Q) 및 원가(C) 모두 도전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반면 현대차·기아와 달리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체별로 매출액 전망치는 △현대모비스 15조1762억 원 △현대글로비스 7조5391억 원 △현대로템 1조3971억 원이다. 모두 전년 대비 3.6%, 6.7%, 27.6%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역시 각각 1년 전보다 29.4%, 16.8%, 109.5% 늘어난 8228억 원, 5132억 원, 2363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들 세 회사의 선전에 힘입어 5개사 영업이익 감소 폭은 1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비그룹 매출 40% 확대…현대로템, 미운 오리서 백조 '변신'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공통점은 최근 현대차·기아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 매출 비중을 2033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현대모비스의 비계열 수주액은 20억8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도 2030년까지 비그룹 매출 비중을 40%로 높일 방침이다. 올 1분기 완성차해상운송(PCTC) 사업의 비계열 매출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비계열 고객 확대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국제 방산 전시회(MSPO)에 참가한 현대로템 부스 전경(현대로템 제공)


최근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곳은 현대로템이다. K2 전차 등을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글로벌 방산시장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일 역대 K-방산 수출 최대인 9조 원 규모의 폴란드 K2 전차 수출 2차 계약을 따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4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5조5641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3년 전인 2022년(3조1633억 원)과 비교하면 1.7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75억 원에서 9522억 원으로 약 6.5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폴란드 2차 계약의 의미는 남다르다"며 "폴란드 기본 계약 1000대 중 잔여 640대도 수주 가능성이 커졌고, 유럽 거점 확보에 따른 슬로바키아 등 주변국 수출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다른 국가 추가 수주 기대감도 유효하고, 선진국 레일 수주 증가 추세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현대로템을 두고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로템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다음 해인 2001년 인수한 회사다. 해외 철도 사업 저가 수주 등으로 2018년부터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매각설까지 돌며 그룹 내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하지만 저가 수주 탈피 등 체질 개선과 글로벌 방산 시장 호황으로 2021년부터 실적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방산, 철도, 플랜트 부문에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수주를 확대,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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