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구로 산 스마트폰 두 달째 안와요"…피해자 보호안 만든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21일, 오전 05:23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13만 9000원 스마트폰 공동구매.’

지난 1월 말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마트폰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결제 대금을 바로 지급했다. 처음 안내받은 배송 일자는 2월28일. 하지만 배송 일정 관련 날짜가 계속 바뀌더니 3월이 다 지나가도록 스마트폰을 받지 못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동구매에 참여했지만 배송 지연이 이어지자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도움을 청했다.

유아 의류 공동구매에 참여했던 B씨도 공동구매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B씨는 지난 3월 유아 의류 2벌을 구매하고 4월 말 1벌의 의류를 먼저 받았다.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미 도착한 의류는 입기로 했지만 미배송 상품은 반품을 의뢰했다. 하지만 공동구매 운영자는 환급을 거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판로 확대 일환…선제 예방 나서

SNS를 중심으로 △배송 지연 △교환·환불 거부 △결제 대금 수령 후 사이트 폐쇄 등 ‘공동구매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1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라인 공동구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공동구매와 관련한 ‘표준형 교환·환불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후기 기반으로 신뢰지수를 도입해 향후 정책매장 및 홈쇼핑 입점과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상공인 디지털화를 위한 판로 확대 방안 중 하나로 ‘공동구매 활성화’가 제안되면서 시작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상공인 제품을 청년층 소비문화와 접목해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공동구매 활성화 제안은 정책에 청년 목소리를 담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2030 자문단’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활성화에 앞서 공동구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선제 예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게 당시 제안 사항이었다.

이 제안은 중기부 내부 검토를 거쳐 가이드라인 제정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공유했다. 공정위가 중기부 초안을 참고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양 부처가 함께 이를 확산하고 중기부의 기존 판로지원사업과도 연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공동구매 소비자 권익 보호 장치 시급…규제 사각지대 없애야

SNS마켓, 플랫폼 쇼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공동구매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비중이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3년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온라인 전자상거래 경험자 중 SNS 플랫폼쇼핑 이용 비율은 22%였다. SNS 플랫폼 쇼핑 이용 비율은 2019년 4.1%에 불과했지만 2021년 24.8%까지 늘어난 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공동구매가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공동구매 사이트는 상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거래조건 비공개·사업자정보 미고지 등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제32조에 따라 시정조치할 수 있지만 수십만개에 달하는 사업자를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플랫폼에 대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제재 수위는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 5월 공정위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자사의 SNS 상에서 이뤄지는 판매 중개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이 요구하는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이행명령) 및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또 중개자가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면 소비자는 구제받기가 어렵다.

통신판매업신고를 하지 않은 개인과의 거래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보호가 불가능하다. 2019년 9월 국세청이 SNS마켓을 이용한 통신판매업 업종코드를 신설하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판매행위를 하면 공급가액의 1%(간이과세자는 매출액의 0.5%와 5만원 중 큰 금액)를 가산세로 부담토록 했지만 일회성이 아닌 계속적·반복적 중개업자에 한하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관련 피해 접수 여전…운영중단·사기·배송지연 등

관련 피해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SNS마켓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2021년 297건, 2022년 281건, 2023년 235건, 2024년 223건 등 매년 200건 이상의 피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피해 유형은 △운영중단·폐쇄 등으로 인한 연락불가 △배송지연 △사기·편취 △계약불이행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표준형 가이드라인 제정 및 확산을 통해 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한 사전예방을 강화한다는 게 중기부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동구매는 기존 유통망과 달리 자생적이고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주로 형성돼 신뢰성과 안정성이 낮은 게 현실”이라며 “공동구매를 소상공인·중소기업 판로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면 표준화된 운영방식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동구매 중개자 혹은 사이트에 인증을 부여해 소비자가 신뢰도, 안정성을 파악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피해 구제 접수처나 구제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관련 사기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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