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2024.12.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올해부터 카페와 식당 등 100인 미만의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된 무장애(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무인주문기기) 설치 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존 키오스크를 뜯어내고 최대 3배 비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했던 600만 자영업자들은 보조인력 등 대체수단을 마련하면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될 전망이다.
"탁상공론" "교체 예산 턱없이 부족"…업계 우려 수용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부분의 자영업자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규제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지금은 바닥면적 50㎡(약 15평) 이하 매장에만 보조인력 등 대체수단을 갖추면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빼주고 있는데, 면적과 상관없이 이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연내 입법될 전망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장치를 갖춘 무인주문기기다. 지난 2023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으로 도입된 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공공·교육·의료·금융기관, 복지시설 등에 의무화됐고, 올해부터는 상시 근로자 100인 미만 사업장이 새로 키오스크를 설치할 경우 반드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설치하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는 기존 키오스크도 새로 교체해야 한다.
일반 키오스크와 달리 시각장애인이 감지할 수 있는 재질로 바닥재를 바꿔야 하고, 점자블록이나 음성안내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안면 인식, 수어 영상 안내 등의 기능도 갖춰야 한다. 법을 어기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장애인의 매장 접근성을 개선하자는 취지지만, 대당 가격이 최대 700만 원으로 일반 키오스크의 3배에 달하는 데다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 연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연숙 씨는 "35년 장사하면서 가게에 장애인 분들이 오신 걸 본 적이 없다"며 "취지는 알겠는데 장사하는 입장에서 답답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교체 지원예산이 부족해 대부분이 자비로 새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비용의 최대 70%, 500만 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15평 이하 매장만' 예외조항, 면적 상관없이 적용
제도 개선이 이뤄져 소상공인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면제되면 600만 명에 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숨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예외조항을 새로 적용받게 될 자영업자는 소상공인기본법상 소상공인들로 2023년 기준596만 1000곳이다.
소상공인기본법은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일부 업종 제외)·일정 매출 이하인 사업장을 소상공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보조인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요건을 갖추면 사업주도 보조인력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보조인력이 없더라도, 사용자 휴대전화와 연동되는 보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대체수단을 마련한 걸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유력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주무부처로서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관계부처와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관할인 복지부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조만간 개정안을 확정 짓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