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투톱' 최태원·류진 "트럼프 니즈 꿰뚫어야 협상 우위 가능"

경제

뉴스1,

2025년 7월 21일, 오전 06:10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각각 2025년 하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한경협·대한상의 제공)


재계 '투톱'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내달 1일 미국 상호관세 25% 부과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의 '헤드 스타트'(Head Start·우위 선점)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57개국에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는 관세를 피할 수 없는 뉴노멀이 시작된 것인데, 한국이 관세 협상에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다면 결과적으로 '관세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美 관세 피할 수 없다…트럼프 원하는 것 파악해야 협상 성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상의 하계 포럼 계기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우리 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이 상대하실 문제"라면서도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거나 말한 도대체 속성은 무엇인가, 라는 진위를 우리가 잘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육성을 위한 펀드 조성에 550조 원을 내라는 요구를 한 것과 관련해선 "반증으로 본다면 상대(미국)도 꽤 급하다는 이야기를 본인이 표현한 것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우리가 깜짝 놀라는 게 처음은 아니다.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축산물 수입 완화가 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그걸(소고기·쌀) 굳이 양보했다고 해서 대미 흑자 폭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비관세 장벽을 우리가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오히려 보복당할 우려가 존재하는 거니까 합리적인 수준의 (농민들을 위한) 프로텍션(protection)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지난 18일 제주하계포럼을 맞아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인) 앞으로 2주에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려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얻게 되면 '헤드 스타트(우위 선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2주 동안 풀 크로스(Full cross·전방위 협력)해서 지금은 좀 손해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웬만하면 줄 수 있는 것은 좀 주더라도(유리한 타결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당장은 밑지는 장사여도 다른 국가보다 나은 교역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면 궁극적으론 수출경쟁력을 배가할 길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는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미국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막판 관세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회 한미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은 20일,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취임식을 마친 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방미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최태원 "시행 후 부작용 대응", 류진 "상법 개정 속도 조절"

두 회장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과 상법 개정안 등 재계가 우려하는 규제 법안과 관련해선 '큰 틀에서의 수용'의 뜻을 내비치며 정부·여당과 주파수를 맞췄다. 다만 최 회장은 "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를 고치거나 다른 대응책을 낼 수 있도록 건의해야 한다"며 사후 개정론을 제시했다. 류 회장은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최태원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시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상법 추가 개정이) 된다면 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믿고 그렇게 개정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심정적으로야 천천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길 할 수 있지만, 당장 실시하겠다면 상법과 마찬가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보다는 후속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최 회장은 "실제로 운용을 해봐야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고, 그걸 고치거나 대책을 내도록 건의하면서 흘러가야 하지 않겠나. 대응을 잘해야 한다"며 "이건 들어주되 다른 것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재계 전체로 더 나아진다면 뭔가 다른 것도 바뀌지 않겠나"라고 했다.

류진 회장은 법 개정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법 개정을) 한꺼번에 다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위해 페이스를 좀 늦추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상법은 기업에는 일종의 헌법적인 시스템이자 모법(母法)"이라며 "3% 룰과 이사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를 담은 지난번 개정도 엄청난 파장이 있다. (1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2차 개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기업으로서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여당에 속도 조절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과 최 회장은 제2차 상법 개정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것과 관련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의 자사주를 앞으로 소각하려고 한다"며 민주당의 취지에 동감했지만, 최 회장은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자사주를 어떻게 쓰겠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프리덤(자율성)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렇게 줄여놓으면 자사주를 많이 살까, 라는 퀘스천(물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면 기존 보유 자사주의 처리뿐 아니라 향후 자사주 매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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