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플랫폼 기업 차별" vs "독과점 제한해야"…통상 쟁점된 온플법

경제

뉴스1,

2025년 7월 21일, 오전 06:03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이 한·미 통상 협상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 하원의원 43명,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을 대표하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 행정부·의회·산업계가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다.

온플법은 5년간 추진돼 왔지만 ‘사전 지정’과 ‘자사 우대 금지’를 둘러싼 업계·소상공인·시민사회 간 갈등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는 '역차별'을, 시민사회는 '독과점 억제'를 각각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통상 변수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국회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에서 영향력 큰 美 플랫폼…"미국 겨냥 규제" vs "영향력 기준에서 나오는 착시"
온플법 논의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유통·배달·숙박 등 생활 전반으로 세를 넓힌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시장 영향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다.

당시 공정거래법만으론 플랫폼 특유의 디지털 거래 구조와 폭발적 확장성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초창기 법안들은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독과점 방지)와 '중개 수수료 상한·공시'(소상공인 보호)를 한데 묶어 다뤘지만, 현재는 두 축이 분리돼 각각 추진되고 있다.

통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문제 삼는 부분은 '독과점 방지' 규제다.

구글·애플·아마존 등이 속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집행은 차별적 대우"라고 반발했다.

올해에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43명도 트럼프 행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우려를 전달했다. CCIA와 유사하게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삼지만, 중국계 기업은 규제 예외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규제 대상은 '일정 매출·이용자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사업자'라는 입장을 펴왔다. 중국 플랫폼 대비 미국 플랫폼 기업의 한국 내 경제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일 뿐 국가별 규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과점 방지 위한 '사전 규제·자사 우대 금지'…플랫폼 사업 확장에는 치명적
미국 플랫폼 기업이 가장 민감해하는 영역은 독과점 방지 규제인 '사전 지정'과 '자사 우대 금지'로 알려졌다.

사전 지정은 일정 규모를 충족하는 기업을 미리 지정해 규제 대상을 삼는 방식이다. 현재 연 매출 3조 원, 월간 이용자 1000만 명 이상 등의 기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과점 행위를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대상 기업의 사업 확장·신규 서비스 출시가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후 규제는 위법 행위 발생 후, 공정위가 개별 사안을 제재, 심사하는 방식이다. 다만 사건 처리에 시간이 걸려, 그동안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실효성 논란이 있다.

자사 우대 금지는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의 서비스를 추천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애플이 자신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평점 등 객관적 근거 없이 '애플 뮤직'을 다른 음원 서비스 앱보다 상위에 노출하면 자사 우대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타 플랫폼 동시 입점 방해 △필수 상품에 비필수 상품 '끼워팔기' △다른 플랫폼 대비 최저가, 최저 수수료 등 최혜 대우 요구 금지 등도 유력한 규제 안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참여 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 등 참여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온플법 입법을 주도하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정권 교체 후 온플법 추진 보류에 합의한 것을 규탄하고, 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2022.6.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내에서도 '역차별' vs '실효성 있는 규제' 논란…5년간 입법 표류
온플법은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극명해 5년간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이 해외 플랫폼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만 규제받는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플랫폼들은 한국 규제의 영향권 바깥에 있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의 경우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지 않아 각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정부의 강제력 있는 조치보다는 협조 요청만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해외 플랫폼이라고 하더라도 세금 납부, 가짜뉴스·음란물 통제 관련 규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만 규제받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는 온라인 플랫폼법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자율·사후 규제 중심의 체계에서 이미 플랫폼의 독과점화가 진행된 만큼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혁신을 위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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