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서린빌딩 전경.(사진=SK)
풋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저우산 LNG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ENN그룹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게 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저우산 LNG터미널 풋옵션 행사 시기 등을 놓고 ENN그룹과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NN그룹은 도시가스 공급과 가스관 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현지에서도 에너지 공룡으로 통한다.
해당 LNG터미널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 업체 ENN그룹이 세운 터미널로 SK E&S는 SK이노베이션과 합병 전인 지난 2020년 지분 10%를 전략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양사는 구체적인 거래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ENN 저우산터미널의 연간 LNG 처리량은 500만t에 달한다.
SK E&S는 중국 내 LNG 인프라 확보를 위해 해당 터미널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성장 기대치가 높은 중국 LNG시장에서 강력한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것이다. 실제 SK E&S는 저우산 LNG터미널 지분 투자를 통해 연간 50만t의 LNG를 중국 내에서 판매해왔다.
당시 SK E&S는 지분 인수를 통해 미국 셰일 가스전과 호주 LNG 등을 직접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슷한 시기 닝보 베이룬 보첸 에너지 트레이딩과 후저우 보첸 천연가스, 저장 부신 에너지 등 중국 내 에너지 유통업체 지분을 30%씩 사들인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이 ENN 저우산 LNG터미널 지분을 정리하려는 배경에는 중국 내 LNG 수요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신에너지재정(BNE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 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후에너지 분야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은 전세계 LNG 수입 터미널 가동률이 지난 2019년 44%에서 2023년 38%로 6%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LNG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리밸런싱 기조에 따라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사업 투자 과정에서 조달한 외부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LNG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우량 자산은 유동화하고 일부 비핵심자산은 매각하는 방향으로 LNG 사업을 재편 중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여주, 나래 등 민간 발전소 2곳을 대상으로 유동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의 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발전소의 지배력과 실질적인 운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지만 유동화 형식을 취한 사실상 매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다. 이와 함께 5000억원 규모의 보령 LNG터미널의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우산 LNG 터미널 지분 매도는 중국 LNG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 SK이노베이션은 저장성에 위치한 저우산 터미널 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장쑤성 깐위 LNG 터미널을 통해 중국 내 LNG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깐위 터미널은 중국 최대 국영 가스발전회사인 화뎬이 건설 중인 대규모 LNG 터미널로 SK이노베이션은 약 5%의 지분 투자를 완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