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AMCHAM)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8.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경제계가 여권을 향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재고해달라고 막판 여론전에 나섰다. 동시에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 역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전달했다.
우리나라와 해외 기업들의 전방위 호소와 압박에도 여권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와는 결이 다른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입법 앞두고 美 기업까지 나섰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해 대한상공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와 지방경총, 업종별 단체는 19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날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 대표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중 사용자 범위 현행 유지, 사업 경영상 결정 노동쟁의 대상 제외, 시행 1년 유에 등을 요청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한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反)기업 입법'의 대표 사례라고 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선 "국회가 경제계의 요구는 무시한 채 노동계의 요구만을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제임스 김 회장 역시 이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김 회장은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암참은 지난달에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 입장을 낸 바 있다. 앞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기업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 국내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민법상 도급 계약 부정…경영권 본질적 사항까지 침해 우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사용자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사용자 개념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 계약이 있는 자로 보는 것으로 오랜 기간 해석됐는데 관련 근거도 없이 기존 개념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민법상 도급 계약을 사실상 부정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고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원청과 하청 간 산업생태계 붕괴 및 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한다.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업주는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판이라는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해외투자 등 경영권의 본질적 사항까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여권은 예정대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대법원까지 가서 판례가 쌓여 있던 사안을 정확하게 법제화한 내용이라 경영계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 올라간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며 "노조법 자체가 한국에 대한 (투자)철회, 철수까지 언급할 환경은 아니다"고 했다. 경제계의 막판 여론전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에도 노란봉투법 처리로 가닥이 잡히자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와는 결이 다른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필요한 규제 폐지 등에 대한 입장과 노란봉투법 강행은 정반대 기조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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