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키우는 트럼프 반도체판 MAGA…삼성 글로벌전략 시험대

경제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6:53

[이데일리 김소연 정다슬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지분 10% 인수를 검토 중이다. 반도체에도 트럼프식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인텔과 경쟁 관계에 놓인 삼성전자(005930)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투자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배정된 109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반도체법(칩스법) 보조금 일부를 지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이미 올해 1월 기준으로 22억달러를 지급받았고, 남은 지원금의 집행 방식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만약 보조금을 현금 대신 지분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현 시가총액 기준 인텔 지분 10%는 약 105억달러 규모다.

인텔은 현재 심각한 경영 위기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파운드리 부문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2분기 순손실은 1년 전보다 확대됐고, 3분기 순이익은 월가의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인텔은 아이다호 프로젝트를 연기했고, 수율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의미 있는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14A(1.4나노미터(㎚)) 공정 개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인텔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며 ‘인텔 살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산업에서 중요한 기업에 직접 개입하는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는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투자 확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에 오스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내년 테일러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두 공장 모두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이고,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미국 내에 없다. 테일러 공장은 2나노미터(㎚) 공정 등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일부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 생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의지가 강하다 보니 미국 내 메모리 공장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메모리 생산도 가능할지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서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도 주요 의제로 올라갈 게 유력하다. 이재용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방미길에 오르는 만큼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공개하리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3조원에 육박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애플과도 차세대 칩 공급을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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