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수들, 두 시간 머리 맞대…트럼프 웃게할 '선물보따리' 뭘까

경제

뉴스1,

2025년 8월 19일, 오후 04:03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현지시각)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19일 방미 경제사절단과 머리를 맞대고 대미(對美)투자 계획을 점검했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밀 '청구서'에 대비, 반도체·배터리·조선·자동차·원전·전력·바이오·에너지·광물까지 전방위적인 '선물보따리'를 준비한 것으로 관측된다.

李대통령, 9인 총수들과 두 시간 릴레이 간담회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동안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발표할 '코리아 세일즈' 전략을 논의했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비롯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안과 기업별 투자 계획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자리했다.

방미 경제사절단은 총 15개 기업으로 꾸려진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 외에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국내 조선 '투톱'이 모두 포함됐으며, 에너지·핵심광물 관련 기업도 동행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각 기업마다 일대일로 면담을 가지며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인 조선업의 대미 투자를 주축으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전선, 바이오를 아우르는 대규모 '패키지 세일즈'가 발표될 것으로 본다. 이미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에서만 최소 120조 원(약 864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조선업에선 '투톱'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모두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만큼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은 '제2 조선소 인수' 또는 미 해군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확대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1년간 미국 및 동맹국의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한미 조선 협력이 '군함 MRO 위탁'과 '미 조선소 인수·투자', '미 군함 공동 건조'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비교적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조선소의 미 군함 건조도 협력 방안으로 꼽았다.

CSIS는 MRO 협력에 대해 한화오션이 지난해 MRO 사업을 2건 수주하고 HD현대가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점 등을 언급하며 "공급망 강화, 항만의 전략적 활용 등의 측면에서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고, 미 조선소의 설비·공정 현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미 조선소 인수에 대해선 △군용 조선소 인수 △비(非)군용 조선소 인수 후 개조 △정부 소유·민간 운영(GOCO) △미국·외국 기업 간 합작투자 또는 컨소시엄 구성을 거론하며 "미국 내에 진보된 해외 조선 기술의 이전과 자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주요 기업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맨위),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공장 건설·일자리 창출·펀드 조성까지…'패키지 투자' 나올 듯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이미 수십조 원을 투자해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강조해 온 현지 공급망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선 인공지능(AI)과 전기차(EV)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의 수요를 고려해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 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국내 재계 인사 중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신규 제철소 건설 등 210억 달러(약 30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공장(7조 원)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 약 30조 원을 투자 중이다.

LS그룹도 산하 계열사를 통해 2030년까지 최소 2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집행한다. LS전선은 자회사 LS그린링크를 통해 1조 원을 투자, 미국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미 텍사스주와 유타주에 배전반·전력기기 생산거점을 투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 및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327억 달러(약 45조 원) 규모의 항공기와 엔진을 도입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 시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앞두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발상을 전환해 미래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대미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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