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K바이오 구원투수로 자리잡은 뷰티

경제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4:47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만성적인 자금난에 허덕이던 K바이오가 마침내 확실한 금맥을 확보했다. K바이오는 그간 뛰어난 신약 개발능력에도 장기간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충당할 현금 창출원을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메이저 기업마저 신약개발을 상용화 단계까지 자력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개발초기 신약을 기술수출에 올인할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자금난에 고전하던 K바이오에 새로운 금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화장품이다. 이미 확보한 신약 기술력을 활용, 차별화된 효능을 갖춘 ‘더마 코스메틱’이 K바이오에 든든한 현금 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더마 코스메틱은 피부 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을 결합한 단어다. 바이오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 뛰어난 효과를 갖췄다는 평가다. 기존 화장품과 달리 피부질환, 주름, 색소 등을 개선하는 효능을 임상결과로 검증한 화장품이어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있다.

예전에도 화장품 사업에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었다. 의약품과 화장품은 출발부터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제약·바이오 업체로서는 손쉽게 도전해 볼수 있는 분야였다. 하지만 화장품을 탄탄한 매출원으로 일궈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존 화장품 대비 브랜드 파워, 자금력에서 열세인데다 제품 차별화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해 시장에서 백전백패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임상시험 등을 통해 입증된 차별화된 신약 기술력을, 화장품에 접목해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바이오기업들이 놀랄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전통 화장품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더마 코스메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동국제약(086450), 파마리서치(214450), 휴젤(145020), 퓨젠바이오 등이 첫손에 꼽힌다. 이들 모두 신약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차별화된 바이오 기술력을 화장품에 활용,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챗GPT 활용한 이미지
지난해 화장품으로만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동국제약은 올해 2500억원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K바이오 최초로 국내 화장품 업계 톱10에 진입하게 된다. 동국제약은 상처 치료연고인 ‘마데카솔’에 들어가는 핵심성분인 병풀추출물을 활용한 더마 코스메틱인 ‘센텔리안24’ 브랜드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다른 더마 코스메틱 분야의 강자인 파마리서치는 주사형 피부재생 및 탄력강화 치료제인 ‘리쥬란’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오기업이다. 회사는 연어 정소의 DNA 조각에서 추출한 PDRN을 주성분으로 하는 리쥬란 흥행에 힘입어 올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의 핵심 성분인 PDRN을 활용, 더마 코스메틱 분야에 진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올해 이 사업에서만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인기다.

휴젤은 보톡스와 필러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활용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바이오업체다. 올해 화장품 분야에서만 50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퓨젠바이오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바이오 신물질을 활용한 더마 코스메틱으로 대박을 내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회사는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세포랩’ 하나로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은 거뜬할 정도로 급성장세다.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더마 코스메틱이 기존 화장품 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더마 코스메틱 세계 시장규모는 503억 달러로 글로벌 화장품 시장(6052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달한다. 아직은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정체 상태인 전통 화장품 시장에 비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은 매년 10% 안팎으로 커지고 있어 화장품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기존 전통 화장품 업계의 브랜드에 기반한 마케팅, 자본력에 맞서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기술력을 화장품에 접목해 확보한 제품 효능을 집중적으로 고객들에게 소구하고 있는데 이게 먹혀들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듯, 바이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더마 코스메틱이 기존 화장품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다”(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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