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배임죄, 경영판단의 원칙 法에 명문화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5:4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달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 상법이 시행된 가운데 배임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배임죄 제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개정 상법이 시행 중인데, 기업 현장에서는 주주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 등이 모호해 혼란이 있다”며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 등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배임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4~2023년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평균 6.7%로 형법 전체 범죄 평균 3.2%보다 높았다. 배임죄 사건은 최종 판결까지 가봐야 유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인식을 증명하는 수치다. 그만큼 배임죄 구성 요건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배임죄 구성 요건을 두고 ‘고무줄 잣대’로 부를 정도다.

대한상의는 이외에 △특경법상 35년 전 가중처벌 기준 적용 △쉬운 고소·고발 △민사 문제의 형사화(化)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경법 배임죄 기준 개선이 첫손에 꼽힌다. 가중처벌 이득액 기준은 1990년 개정된 ‘5억원·50억원’이 35년째 유지되고 있다. 현재 가치로는 약 15억원·150억원이다. 가중처벌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특경법 배임을 통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살인죄와 유사한 5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고소·고발이 비교적 쉽게 이뤄질 수 있어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보고서는 “실제 경영상 판단에 따른 투자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자가 배임죄로 고소 당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이로 인해 모험 투자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상법 개정 이후 이같은 고소·고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아울러 판례에서 인정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 형법 등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를 통해 검찰 기소 단계부터 이사의 책임을 면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1988년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 판례로 처음 정립된 이래 미국, 영국, 일본 등은 판례로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2005년 주식법에 도입했다.

(출처=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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