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31일 펴낸 한국 배터리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황경인)는 “다운사이클 구간을 지나고 있는 배터리 산업이 반등하려면 전기차 시장 자체의 회복과 함께 신수요 창출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1위로 성장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판매증가세 둔화로 최근 침체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 증가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유럽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세계 전기차 판매 동향. (표=산업연구원)
미국 역시 전기차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4일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지하는 OBBBA란 법안에 서명했다. 한국 배터리기업은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 그리고 자국 생산을 유도하는 미국 정부 정책에 부응해 현재 총 58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14개 공장을 짓고 있는데, 현지 전기차 수요 가능성에 직면한 것이다.
보고서는 “해당 법안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에 불리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공급망 요건이 추가됐기에 유럽처럼 중국산이 급성장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배터리 수요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에 대비해 정부와 업계가 군사용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신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글로벌 군사용 드론 시장 전망. (표=산업연구원)
보고서는 “미국은 올 초 중국산 드론에 대한 규제 예비 공지를 발표했다”며 “미국은 중국산 드론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우방인 한국과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2035년 60조달러 시장으로 전망(모건스탠리)되는 배터리 신수요 창출 유망 분야다.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이 확산하면 로봇용 배터리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또 휴머노이드의 학습·추론능력이 향상될 수록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 성능이 중요해진다.
보고서는 그 밖에도 미국 트럼프 정부가 OBBBA 법안을 만들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세액공제는 유지했다는 점, 또 중국산 소재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는 점 역시 미국 내 ESS 수요 확대나 우리의 취약 산업인 배터리 소재산업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부연구위원)은 “배터리 산업은 무선화와 전동화라는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라며 “단기적으론 호황과 불황을 겪지만 중장기적으론 결국 우상향 방향으로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구조적 우상향 성장 곡선 이어가기 위해 전기차 시장 자체의 회복과 함께 신수요 창출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