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초상집 된 철강업계, 통상협상 요구 빗발쳐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0월 03일, 오후 02:16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삼중고에 직면했다. 이미 발효된 미국 50% 관세 폭탄에 중국산 저가 물량 유입, 새 리스크로 떠오른 EU(유럽연합) 관세 인상 및 쿼터제 축소 추진에 초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미국향 수출 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 유럽시장마저 막히면 철강산업이 장기 침체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는 2018년부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EU 세이프가드를 도입했다.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할당량) 수준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30일부로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당겨 관세 50% 인상·수입쿼터 절반 축소에 나서자 국내 철강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무관세 쿼터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유럽에서 쿼터제가 대폭 줄어들면 수출량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단기 피해 보전은 물론 근본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행 EU를 대상으로 한 무관세 쿼터물량이 현행 256만3000톤(t)이다. 앞서 2019년부터 적용된 쿼터물량은△2019년 2월~6월 86만8000t △2019년 7월~2020년 6월 219만1000t △2020년 7월~2021년 6월 265만9000t △2021년 7월~2022년 6월 267만8000t △2022년 7월~2023년 6월 253만4000t △2023년 7월~2024년 6월 263만5000t △2024년 7월~2025년 6월 263만6000t을 적용받았다. 다만 이번 EU 쿼터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고 가정하면 대략 120~130만t이 넘는 수출 물량에 대해선 관세 50%를 매기게 된다.

현재 단일국가로는 미국이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유럽 시장 전역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수출량은 381만t으로 미국(281만t)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230만t에 달한다.

이미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는 유럽시장에서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핫스탬핑강, 고효율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공급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미국발 고관세율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중국산 저가 철강 리스크 회피를 위해 유럽시장 문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중국의 저가 철강 유입도 여전히 리스크다. 중국 정부는 올 3월 자국 철강 기업 보호와 무역 마찰 완화를 위해 철강 생산량 감축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중국이 올 들어 8월까지 해외로 수출한 철강제품 규모는 약 7000만t으로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연말까지는 8년 만에 1억t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철강업계 세제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과 함께 고부가가치 품목 관세 예외 적용 등 통상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내년부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는 가운데 관세까지 부과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커질 것”이라며 “정부의 수출 지원책과 함께 ‘K스틸법’과 같은 종합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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