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 사례 등장"…자국에 5.6조 투자 약속한 英 스타트업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0월 03일, 오전 07:30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에서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한 스타트업이 다시 본국에 자본을 재투입하는 투자 선순환 사례가 탄생했다. 초기 투자금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자국으로 환원되는 구조로,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 자금 투입을 넘어 영국의 금융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3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핀테크 유니콘(unicorn·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 레볼루트는 향후 5년간 영국에 30억파운드(약 5조6658억원)를 투자하고 1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레볼루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영국을 글로벌 금융본산으로 다시 성장시키고, 영국 내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레볼루트는 모바일 앱 하나로 계좌·송금·결제·투자·보험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통 은행 대비 저렴한 수수료와 실시간 송금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앞서 레볼루트의 혁신성을 보고 수십억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레볼루트는 전 세계 65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레볼루트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런던 안에 글로벌 본사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장도 병행하면서 영국 금융 시장과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금융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볼루트는 영국 내 풀뱅크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그 결과 레볼루트는 현재 모빌라이제이션 단계에 진입, 고객 당 5만파운드로 제한된 상태에서 송금·결제·일부 대출 등 제한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모빌라이제이션 단계는 은행 면허를 부분적으로만 승인받은 초기 단계로, 신규 은행이나 핀테크사가 시스템과 절차, 리스크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췄는지 시험하는 의미로 종종 부여된다. 해당 단게는 통상 12개월 정도로 설정되나, 필요시엔 연장되기도 한다. 레볼루트는 모빌라이제이션 단계에 들어간지 이미 12개월이 지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지 업계에선 레볼루트가 단계적으로 최종 승인을 이끌어내고 금융당국과의 줄다리기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통큰 투자를 택했다고 보고 있다. 마침 영국 정부도 금융혁신과 고용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레볼루트의 이콜라이 스토론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은행으로 거듭나는 것이 레볼루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영국 내 은행 면허 취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투자는 세계 최초 글로벌 모바일 은행이 되고자 하는 레볼루트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2027년까지 1억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자본시장에선 레볼루트의 이번 사례가 현지 벤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레볼루트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투자·고용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VC 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고, 자국에 투자해 경제를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유럽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현지 자본시장에선 레볼루트의 이번 실험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레볼루트처럼 자국에 다시 자본과 인재를 투입하는 순환 구조가 자리잡으면 영국이 글로벌 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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