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재정 절벽 떨어지기 전에 건전성 강화 나서야"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09일, 오전 05: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각국이 확장 재정을 펼치면서 정부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재정절벽(fiscal cliff)’과 같은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절벽이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인터뷰 동영상 캡처)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지속가능하지 않아”

이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된 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적자 확대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문제”라며 “모두 해결 방법은 알고 있지만 어렵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연차총회’ 참석차 이 총재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이뤄졌다.

이 총재는 G20과 IMF 회의 등에서 많은 선진국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적자 문제와 그로 인해 국채의 ‘안전자산(safe asset)’ 지위가 영향을 받을 것인지 등이 논의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정적자 문제의 근본 원인은 연금, 의료와 같은 복지 지출”이라며 “해결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복지를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수준을 넘어서 재정 절벽 상황이 되면 재정정책의 여력이 거의 사라지고, 한번 그렇게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면서 “한국 정부에도 문제가 생기기 전에 나서야 한다고 늘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웨덴을 정부 재정 건전성 강화의 좋은 사례로 들었다. 이 총재는 “스웨덴은 2000년대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재정 준칙을 도입했고, 지금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그렇게 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코리아 소사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 인터뷰 동영상 캡처)


◇ ‘프로젝트 한강’에 자부심…“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 중심”

번 회장이 한은과 국제결제은행(BIS)과 진행한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 묻자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시중 은행과 함께 진행한 ‘예금토큰(tokenized deposit)’ 실거래 실험이다. 예금토큰은 기관 간 거래에 쓰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기반으로 발행된 예금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 4~6월 1단계 실험을 진행했으며, 개인 간 송금과 국고금 관리 등을 골자로 한 2단계 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 총재는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공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젝트 한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통화가 혼재하고 가격이 변동될 위험이 있다”면서 “한은은 CBDC와 예금토큰 개발을 계속하면서,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은행 중심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제 편의성은 높고 기축통화가 아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당장의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코인런’과 자본규제 우회 우려 등 위험 요인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기축통화 지위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이미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큰 문제 없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또 “제가 인구구조나 주택가격 등 구조적 문제를 언급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중앙은행의 목표와 일치한다”며 “경기순환 요인과 구조적 요인을 구분하는 것은 통화정책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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