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반도체업계는 역사적인 ‘메모리 대호황’의 도래에 들떠 있다. 메모리 생산 물량은 거의 정해져 있는데 수요가 물밀듯 밀려들다 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다. 올해 4분기가 대호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 D램 영업이익률의 경우 SK하이닉스는 높게는 70% 이상, 삼성전자는 50% 이상 갈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다. ‘AI 승자독식’의 수혜가 내년부터는 K메모리까지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8일 이데일리가 이달 들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전망치를 집계해보니, SK하이닉스(000660)의 내년 영업이익률 평균치는 54.4%로 나타났다. 이 중 D램만 떼어놓고 보면 60% 후반대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는 7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높은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을 기준으로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률 전망치 평균은 34.3%다. D램만 놓고 보면 57%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DDR5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소연기자)
영업이익률은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매출 중에서 얼마가 실제 본업에서 남는 이익인지를 뜻한다. 투자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잘 팔린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반도체 산업 구조, 가격 협상력, 공급 환경이 모두 메모리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메모리 물량이 없어서 못 샀는데, 다음날 가격을 두 배 올린다고 해도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라며 “요즘은 공장을 풀 가동해도 강력한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 재고 소진 본격화…“만드는 즉시 팔려”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확연히 웃돌면서 재고는 크게 줄었다. 최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 3분기 기준 완제품 재고는 3조4043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3944억원) 대비 약 2조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재고자산이 2조152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689억원 줄었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은 재고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DDR5의 경우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제품이 고객에게 즉시 출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애플과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내년 모바일D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내년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바일·서버 메모리 수요 기업 일부는 전기 대비 50% 이상의 D램·낸드플래시 판가 인상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강력한 AI 메모리 수요로 메모리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만드는 족족 팔리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고 축적, 투기 성격의 ‘멀티 부킹’이 시작되고 있다”며 “기존 수준을 넘어 5중, 6중으로 주문을 하는 펜타 부킹, 헥사 부킹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성전자 P5 공사 착수…60조 자금 투입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성의 ‘체급’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내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76조5275억원에 달한다. 올해 전망치(37조704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오는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81조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0조5481억원, 2027년의 경우 76조7945억원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두 회사는 이에 맞춰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지속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에 착수해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최소 6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4개의 팹(공장)을 짓기 위해 최소 128조원을 투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00조원 투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인사는 “메모리 팹 인근을 중심으로 평택, 용인 등 지역사회 전반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