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이 매년 소비 0.4%p 줄여…"韓 경제의 만성질환"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6:5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매년 소비를 0.4%포인트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만성질환이 건강을 갉아먹듯 부동산발(發) 가계대출이 누적되면서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에 한 시중은행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 빚은 2013년부터 매년 민간소비를 0.4%포인트 둔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지난해 말 기준 민간소비 수준은 4.9~5.4%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13.8%포인트 올랐다. 이는 중국(26.2%)과 홍콩(22.5%)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원리금 부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랐는데, 금리 상승보다는 가계부채 규모의 빠른 증가 때문이었다. 가계부채 비율이 10% 이상 증가한 국가 중에서 소비 비중이 감소한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가계 빚 증가 자체는 국가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민간소비를 제약한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기간 동안 GDP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1.3%포인트 하락했는데,

보고서를 작성한 김찬우 한은 조사국 구조분석팀 차장은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할수록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며 “특히 부동산 대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유동성 제약을 완화하는 긍정적 영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증가분 중 3분의 2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자산(주택)에 묶이게 되고, 상가와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투자는 공실률 증가 등으로 수익률이 급감해 오히려 현금 흐름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1% 상승할 때 민간소비는 0.02%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주요 선진국(0.03~0.23%)을 밑도는 수준이다. 주택 유동화 상품이 부족하고 주택가격이 올라도 상위 주택 구매를 도모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미래 주거비가 증가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로 추정됐다.

김찬우 차장은 “누적된 부동산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다”며 “주담대가 장기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정책 당국의 공조 및 적극적인 대응으로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 안정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장기시계에서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면, 가계부채 누증이 완화되면서 소비에 대한 구조적 제약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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