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마셔도 산다"…김희선 와인 사인회 열었더니[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3:38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술을 전혀 못 마시는데 언니 팬이라서 와인을 구매했어요.”

지난 28일 오후 4시 50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와인매장 엘비노. 매장에서 ‘벨레 그로스 발라드’(Belle Glos Balade, 이하 발라드) 와인을 수령한 이들이 차례대로 줄을 섰다. 매장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줄은 통로를 메웠다. 이는 배우 김희선이 론칭한 와인 브랜드의 사인회 광경이다.

지난 28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와인매장 엘비노에서 배우 김희선이 ‘벨레 그로스 발라드’ 와인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김지우 기자)
사인회 참여는 발라드를 사전 구매하거나 현장에서 구매한 선착순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발라드는 김희선이 지난 9월 F&B 기업 FG,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과 손잡고 국내에 선보인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지역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다. 또, 케이머스 와이너리 창립 가문의 후계자인 조 와그너(Joe Wagner)가 생산한 제품으로, 김희선이 즐겨 마시는 레드와인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선 롯데백화점이 단독 판매를 맡았다.

현장에는 20대부터 50대 이상의 고객, 외국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김희선을 보기 위해 모였다. 현장 구매자 역시 선착순으로 사인에 참여할 수 있어, 매장에 방문해 여러 병을 구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인회 참가자 중에는 술을 못 마시거나 평소 와인을 즐기지 않는다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이날 매장에 첫 번째로 대기한 최효정(39)씨는 김희선을 보기 위해 경기도 동두천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사실 술을 전혀 못 마시는데 김희선 팬이라서 왔다. 1차 사전예약에도 구매했는데, 2차에는 사인까지 받을 수 있어서 얼른 주문했다”며 제품을 소장할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인 에일린(Aileen, 26)씨는 “드라마를 보다가 김희선의 팬이 됐다. 평소 와인을 즐기진 않지만 김희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구매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모(66)씨도 “술을 전혀 안 하는데 김희선 팬이라 샀다. 기념적인 만큼 나중에 사위를 보면 이 와인을 주려고 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와인매장 엘비노에서 배우 김희선이 ‘벨레 그로스 발라드’ 와인 사인회에 참석해 인파가 몰렸다. (사진=김지우 기자)
오후 5시께 김희선이 등장하자, 매장 근처로 인파가 몰렸다.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 동선을 통제할 정도였다. 김희선은 와인에 사인을 해주고 구매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인회 참가자 이병주(41)씨는 “김희선 팬이라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사전 구매를 했는데 보람이 있다”면서 “김희선 와인이라고 하면 50만원대까지는 흔쾌히 구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발라드는 사인회가 열리는 1시간 동안만 정상가 10만원에서 30% 할인된 7만원에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인회 때문에 멀리서 오신 분들도 있어서 고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이벤트성으로 할인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발라드는 지난 9월 롯데백화점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1차 물량 1500병이 완판됐다. 백화점 VIP, 팬덤 등의 관심을 받으며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고려해 이번 2차에는 2000병이 마련됐다. 이번에도 수요를 확인한 금양인터내셔날은 내년 설 명절 기간에 3차 물량 3000병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희선 와인의 인기는 단순한 소비 상품이 아닌 일종의 ‘굿즈’로 취급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덤은 연예인과 연관된 상품을 소장·전시·선물 목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포장 디자인과 한정성, 연예인 시그니처가 소비심리에 크게 작용하곤 한다. 발라드 제품은 김희선이 단순 모델을 넘어 기획자로 참여한 데다, 제품 패키지에 뉴욕 기반 작가 ‘마리아트’와 협업한 패키지를 적용해 소장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배우 김희선이 ‘벨레 그로스 발라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FG)
아울러 연예인이 주류를 론칭한 후 사인회를 여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화제가 된 요인으로 꼽힌다. 연예인이 주류 상품을 기획하거나 광고모델로 기용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팬들과의 소통 행사는 흔치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협업 주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 판촉이 아니라 주류를 콘텐츠화하고, 굿즈화하고, 정체성 소비재로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띈 데다 SNS 바이럴을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매출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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