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2조원 과징금’ 폭탄…은행, 비상대책 분주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6:55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나경 이수빈 기자] 내년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은행권이 2조원 규모의 ‘역대급 금전제재’를 맞아 자본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금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1조원이 넘는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받은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제재까지 앞두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한·NH농협은행도 3000억원 가량의 H지수 ELS 금전제재를 받아 당장 내년 생산적 금융 이행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판매금액이 많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에서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받았다. 12월 18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제재 당사자(은행)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안건을 열람하며 1차 제재안을 확인한 것이다. 은행은 금감원이 어떻게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어떤 양정 기준을 적용해 어느 수준의 제재를 부과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은행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금전제재 규모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ELS 판매금액이 8조 1972억원으로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의 과징금·과태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조 3701억원을 판매한 신한은행이 3100억원대 과징금·과태료를, 2조 1310억원을 판매한 농협은행은 약 3000억원의 과징금·과태료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이 2000억원대, SC제일은행이 1000억원 수준으로 5개 은행을 합하면 금전제재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0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첫 대규모 금전제재로 금감원이 사후 수습노력에 대한 참작보다는 ‘엄중한 조처’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현장검사 후 “검사결과 확인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히 조처할 예정이다. 다만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절차에 따라 참작할 방침이다”며 참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감원의 1차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제재심의 절차에서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역대급 제재안을 확인한 은행 법률 관련 부서와 로펌에서는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생각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과징금·과태료에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분위기다”며 “임원회의에서도 과징금·과태료 규모, 자본비율 영향 등을 논의하며 감면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 제재심은 오는 12월 18일에 이어 3~4차례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다 의견을 진술할 것이기 때문에 3~4차례 대심제가 열릴 수 있다”며 “은행의 주장, 이에 대한 공방이 오가면 한 번에 안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계획한 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 금전제재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급증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과징금·과태료의 손실요소 발생으로 당장 운영 위험가중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다 10년간 손실데이터로 관측·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1000억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받으면 6000억원 상당의 RWA를 반영해야 한다.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확대,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펀드 투자 등 생산적 금융은 기본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더 급격히 늘어나는 금융 활동인데 이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실제 중소기업 대출, 펀드 투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보증서 대출보다 평균 위험가중치(RW)가 더 높다.

이달 초 예정인 공정위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LTV 정보교환 담합에 따른 금전제재 리스크도 있다. 약 3년간 LTV를 적용한 대출(금액)을 기준으로 금전제재를 부과하면 은행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6일 공정위 전원회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제재수준이 높지 않겠다고 관측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산출에 당국의 유연한 적용을 건의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2년간 ELS 판매를 중단한 만큼 손실 위험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신용·운영리스크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산출 기준에서 ELS 판매에 따른 손실데이터 관측·반영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앞으로 제재심의 과정에서 자율배상 비율(약 96%) 등 사후관리 노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한다.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H지수 ELS 제재는 금감원 제재심과 증선위,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내년 3월 이전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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